[데스크 칼럼]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습

2024-08-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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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부터 중국에 대한 사대 성향이 짙던 우리는 최근 수십 년간 중국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경제 수준이 낮아 한국 제품과 문화를 흠모하던 중국은 더 이상 없다.

    오히려 이제는 한국이 중국을 흠모하는 사대 성향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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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중국에 대한 사대 성향이 짙던 우리는 최근 수십 년간 중국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1인당 GDP가 2019년에야 1만 달러를 넘어선 중국은 그보다 먼저 3만 달러 넘어선 한국이 보기엔 후진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 제품들을 ‘싸구려’로 무시하고, 코로나19 사태의 원흉이라며 비위생국으로 치부해왔다. 경제적으로 중국을 넘어선 시대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을 얕잡아보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예년만 못하다고 하지만 올해도 한국보다 2배 높은 5%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고,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지도 오래다. 경제 수준이 낮아 한국 제품과 문화를 흠모하던 중국은 더 이상 없다.
 
오히려 이제는 한국이 중국을 흠모하는 사대 성향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불렸던 중국 제품들은 어느덧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만큼 높아진 기술력 때문이다.
 
삼성·LG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던 국내 소비자들은 어느덧 중국의 로봇 청소기에 열광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이 국내 시장점유율 1위(35.5%)에 올랐을 정도다.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비야디(BYD)는 올해 한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할 전망이고, 지난해 세계 TV 시장 2위에 오른 TCL은 작년 말 한국 법인을 세웠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의 이커머스 시장 공세는 거세고 유통산업과 사회를 뒤흔들 만큼 무섭다.  중국산 소셜미디어 틱톡의 한국 사용자 수는 600만명을 돌파했고, 중국 게임 회사 텐센트의 한국 매출은 조 단위다.
 
대표적인 B2B 산업인 철강과 화학은 중국산의 잠식으로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심상치 않다. 일부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돼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상황이다.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은 공식이 있다. 자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곧장 한국 상륙을 추진한다. 미국·유럽 시장의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은 접근성과 규모를 갖춘 귀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新)품질 생산력’을 외치며 기술 제품의 해외 수출을 독려하고, 생산과잉이 중국 경제의 고질병이 되면서 한국 시장 공습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1980~1990년대에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제품에 열광하던 우리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삼성·LG·현대차 등 국내 제품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제품의 품질이 그만큼 향상되기도 했고, 일종의 ‘애국 마케팅’도 작용한 결과다.
 
“TV는 삼성(LG), 냉장고 하면 LG(삼성), 자동차는 현대”. 이것은 하나의 소비 공식처럼 자리 잡았고, 기업의 성장과 기술력 개발로 다시 이어졌다. 

'메이드 인 재팬' '메이드 인 USA'에 열광하던 우리는 'K-반도체' 'K-자동차' 'K-가전'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워 하고 한국인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수십 년간 온 국민과 기업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K-자부심'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중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기업을 밀어주겠다는 선언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기업을 옥죄는 온갖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 한국형 샤오미나 알리바바를 만들어낼 제도적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주변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에 열광하는 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전운 산업부장 겸 시장경제에디터
전운 산업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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