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운임 지수가 2022년 8월 이후 2년 만에 3000포인트를 넘기는 등 해운산업이 호황을 맞았음에도 HMM, 팬오션 등 국내 해운사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역대급 물동량과 선박 지연으로 공급부족 효과가 나타난 것과 달리 중동 지정학적 위험요소(리스크)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선사들은 이달 말부터 운임인상을 공지했지만 화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선사들의 노선 재조정이 완료된 지난달부터 급격히 하락세다.
15일 해운시황분석 기업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의 기준이 되는 SCFI 지수는 지난 9일 기준 전주 대비 78.78포인트 하락한 3253.89를 기록했다. 지난달 5일 3733.8포인트로 최근 2년 고점을 기록한 SCFI는 5주 연속 하락세다.
벌크선 운임의 기준이자 글로벌 해운시황을 보여주는 발틱 건화물선지수(BDI)도 14일 기준 1728포인트로, 올해 고점(3월 18일, 2149포인트)과 비교해 19.59%가 내렸다.
국내 해운사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도 박하다. 지난 14일 종가 기준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주가는 1만7630원으로, 52주 고점인 2만3300원 24.33%가 낮다. SCFI 지수가 3000대에 돌입한 지난 5월 31일 종가인 1만8000원과 비교해도 소폭 하락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도 같은 상황이다. 지난 14일 종가 기준 팬오션 주가는 3750원으로 52주 고점인 5220원과 비교해 28.16%가 내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역대급 운임지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기업가치가 낮은 이유를 시장은 예상보다 낮은 물동량 증가에서 찾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요 취항지인 미국의 수입량 증가치가 운임 상승 폭과 비교해 낮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전미소매업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는 올해 미국 소매업체의 전체 수입물량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249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월과 9월의 수입 증가량 예상치는 각각 6%, 3%다.
컨테이너운임지수가 3000을 넘겼던 2022년 미국의 상품 수입이 16.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해상운임은 다소 높다는 평가다. 특히 주요 화주들이 이스라엘과 이슬람 세력의 무력충돌을 우려해 연말 성수기 재고를 6월부터 미리 쌓기 시작했기 때문에, 물동량 증가치는 팬데믹 시절과 비교해 높지 않게 나타났다. 오히려 본격적인 성수기에 들어서는 연말에는 물동량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벌크시장 역시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 비율이 9% 수준으로 벌크선 호황기라 불리던 2010년 전후 80%에 육박했 던과 비교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해상운임 하락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해운업계에 따르면 MSC 등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은 8월 하반기 운임인상을 공지했으나 화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해운사들의 운임은 화주와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화주가 공시운임을 거절하면 운임인상이 불가능하다. HMM 등도 9월 초에는 운임인상을 시도할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CFI지수가 바닥을 찍으면서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경험한 해운사들이 중동 리스크를 이유로 운임 인상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며 “다만 시장은 해운업 자체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지금의 운임이 중동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인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