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 기습을 감행한 우크라이나가 일주일 만에 1000㎢ 영토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허를 찔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황 회의를 주재하고 “합당한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현재 러시아 연방 영토 약 1000㎢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황에 대해 침묵하던 우크라이나군이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에서 작전 중임을 확인한 것이다. 1000㎢는 서울시 면적 605㎢의 1.65배에 해당한다.
기세가 오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깊숙이 공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방에 호소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경을 넘는 자국군의 공격으로 푸틴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국들로부터 허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의 목록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민간인들이 국경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숨진 적은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에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 스톰섀도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다. 다만 확전을 우려해 방어 목적 외에 러시아 본토 공격에서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부터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서 공세를 펴고 있다. 이번 쿠르스크 전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규모 공격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쿠르스크 등 접경지 상황 회의를 주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도발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서 “적은 합당한 대응을 받을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목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차후 평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전략으로 판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손을 빌려 우리와 싸우고 있다”며 “분명 적은 미래에 협상 지위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 협상이 어려워졌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원자력발전소 시설을 위협하는 자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날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냉각탑 1기가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상황이 잘 통제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빠르게 병력과 장비를 잃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에서 전투 준비가 가장 잘된 부대의 손실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군과 계약하고 입대하려는 사람의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주 쿠빈카 애국공원에서 열린 국제군사기술포럼 ‘군(ARMY) 2024’ 개막식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많은 혁신적인 무기를 보유했고 전장에서 그 효과성이 실증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