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이른바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했다. 취임 후 19번째 거부권 행사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면서 '방송장악 청문회' 등을 열어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됐던 방송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 처리했다"며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더해 공익성이 더 훼손된 방송4법 개정안을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회는 방송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회적 공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 재표결 절차를 앞둔 방송4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야당은 '공영방송 정상화법'이라 주장하지만 여당에서는 '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르면 13일 국무회의를 거쳐 민주당의 또 다른 당론 법안 민생회복지원특별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방송4법 거부권 행사에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즉각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직무대행은 "공영방송을 기어코 장악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언론을 탄압하고 방송을 장악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뻔한 속셈"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방송장악 청문회'를 개최하고 '방송장악 국정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14일 열리는 청문회에는 야당의 탄핵으로 직무정지 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한다. 특히 두 사람이 주도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의 적법성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포털의 뉴스 편집 문제 등을 다룰 '포털 불공정 개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강민국 TF 위원장은 "편향된 뉴스 유통 플랫폼의 중심이라는 국민적 여론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TF는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개인정보위원회와 함께 '독과점적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19일에는 네이버 본사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