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집집마다 비치돼 있었던 전화기. 하지만 휴대전화가 사실상 전 국민에게 보급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제 이러한 경향이 통계로도 확인됐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시내전화 회선 수는 총 1068만5533개다. 전년(1134만2538개) 대비 약 6% 감소한 수치다. 5년 전이자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국내에서 막 시작된 2019년 5월 기준으로 보면 감소 폭은 약 24%에 달한다. 시내전화는 집이나 회사 등에 유선으로 설치하는 전화를 일컫는다.
시내전화 회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KT다. KT는 5월 기준 852만4949개의 시내전화 회선을 보유해 전체 시내전화 회선의 79.8%를 차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170만7021개)와 LG유플러스(45만3563개)도 시내전화 사업을 하고 있지만 KT에 비하면 비중은 작은 편이다.
KT는 1999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이 시내전화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독점적으로 시내전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현재도 KT는 시내전화에 대한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를 맡아, 수익성과 상관없이 관련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시내전화 회선이 꾸준히 줄어드는 이유는 거의 모든 국민이 휴대전화를 쓰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의 5월 기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을 보면 총 고객용 휴대전화 회선 수는 5617만6189개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의 총인구 수가 5127만734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1개 이상의 휴대전화를 보유한 셈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한국 성인 스마트폰 사용률은 전체의 98%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가정에서 시내전화를 사용하는 비율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마켓70 2023'에 따르면 2023년 2~7월 기준으로 전체 응답자 중 20%만 유선전화(인터넷 전화 포함)를 보유했다. 범위를 50대 이하의 1인가구로 좁히면 비율이 4%까지 떨어졌다. 시내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큰 1인가구 비중은 7월 기준 전체의 41.9%에 달한다.
시내전화 회선 축소는 관련 사업자들의 매출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내전화 점유율 1위인 KT는 2024년 2분기 시내전화(홈유선전화) 매출 175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1%,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기준 2.7%로, 이 역시 분기마다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KT는 지난 6월 9일 집전화프리요금제·통화중전환·ANN폰서비스 등 시내전화 관련 일부 요금제와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서비스 종료 요인으로 기술지원 종료와 함께 저조한 이용률을 꼽았다.
전체적인 시내전화 매출액도 감소 추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2023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시내전화 소매 매출액은 7842억원으로 전년보다 5.6% 줄었다. 시내전화 발신통화량도 2021년 77억분에서 2022년 70억분으로 8.9% 감소했다.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더욱 심각하다. KISDI는 같은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KT의 시내전화 영업손실이 954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SK브로드밴드는 267억원의 영업손실, LG유플러스는 2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사 모두 수익성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KISDI는 "유선전화는 영업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비용은 크게 줄지 않아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시내전화를 사업용(법인전화)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시내전화 서비스 자체가 급격히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0일 오전 6시 15분부터 약 10시간 동안 서울·충청 등에서 KT의 유선전화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는데,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예약·포장 주문 등을 받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