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추가 지정 및 범위 확대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등 신고가를 쓰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조치를 예고한 것이지만, 정작 해당 지역 집값 상승이 토허제의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는 이를 감안해 허가구역 적용 범위를 기존의 동(洞)이 아닌 자치구 단위로 확대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지난달 19일 59.96㎡ 매물이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오른 32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6월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매물이 5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고,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도 같은 달 4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5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반포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압구정·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에 인접해 ‘풍선효과’의 대표적인 수혜지로 지목된다. 지난 4월 압구정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이후 집값이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부동산 정보제공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반포동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4월 9359만원에서 지난달에는 9703만원으로, 3개월 새 3.7%나 상승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4월 61건에서 6월에는 128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강남구 도곡동과 개포·역삼동, 용산구 한남동도 마찬가지다. 도곡동 ‘포스코트’는 지난달 22일 전고가 대비 1억원이 상승하며 38억5000만원에 신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앞선 18일 ‘래미안도곡카운티’ 전용 106㎡는 34억9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도곡동의 3.3㎡당 매매가격은 올 4월 6116만원에서 지난달에는 6334만원까지 올랐다.
이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벗어난 인접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 행렬이 이어지자 서울시도 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신고가가 나오고 있는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깊이 검토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지정을 포함해 또 다른 플랜B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가 지역에 대한 ‘핀셋 규제’는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지를 기존 동 단위가 아닌 자치구 단위로 넓히는 등 규제를 강화해 집값 잡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경고로 읽힌다. 서울시는 수요 억제 방안으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 전체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현재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한강로1,2,3가, 용산동3가, 이촌동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일부 재건축 단지 △강남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 및 강남권 자연녹지 등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어둔 상태다. 2년간 실거주 의무 등이 부과돼 갭투자 등을 차단할 수 있지만, 반포나 도곡동의 사례처럼 오히려 인근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일으켜 서울 집값 ‘불장’의 촉매제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원래 토지 투기가 발생할 지역에 단기간만 투기 수요를 차단하게 하는 것이 입법 취지로, 현재는 상승 지역의 주택거래 허가를 통한 상승 억제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주택 시장에 미칠 부작용 등을 감안해 유연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