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리더십] ①'회장님' 아닌 '대표님'… 미래사업 'ABC' 직접 챙긴다

2024-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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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 연구원 설립… 'AI 전환' 속도

수익성 악화는 고민… 비용최적화 집중

AI에 가려진 '바이오·클린테크' 주춤

구광모 LG 회장왼쪽이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 AI에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 회장(왼쪽)이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 AI'에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2018년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젊은 총수'로 불리는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을 이끈 지 올해로 7년 차를 맞이했다. 취임 당시는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디스플레이가 중국의 추격으로 흔들리고 있었고,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던 시기였다. 구 회장은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점찍었다. 내부에서도 '회장님'보다는 '대표님'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구 회장은 지주사 대표로서 LG그룹 ABC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LG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이 중 약 50%인 50조원 이상을 미래 성장사업·신사업에 할당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연구 싱크탱크 만들어··· LG AI 원동력
그간 구 회장 행보는 'ABC'로 요약할 수 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면을 통해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하고, 미래 사업은 'ABC'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중에서도 최근 구 회장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사업은 AI다. 현재 LG의 주력 사업이 된 자동차부품 사업과 배터리 사업도 20~30년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된 성과로 보고, AI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집중하며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시장 트렌드와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대내외 경제적 불활실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현재와 미래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구 회장의 주문에 LG는 2020년 12월 그룹 AI 연구의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도 설립하며 AI 전환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출범 1년 만에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선보였다. 이후 지난해 7월에는 전문성과 신뢰성에 초점을 맞춘 '엑사원 2.0'을, 지난 7일에는 '엑사원 3.0' 오픈소스까지 공개했다.

LG는 엑사원을 통해 계열사 및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주 단위로 국가별·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렌즈와 센서의 중심을 맞추는 공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최적화 기간을 50% 이상 단축하는 등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AI의 사업화보다는 계열사 적용을 최우선으로 하며 제조 공정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AI 개발사 수익성 악화"··· 스마트폰 대안 마련해야
구 회장의 노력으로 LG 계열사의 공정에 AI가 적용되면서 디지털전환(DX)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그룹 외부로도 행정안전부나 특허청 등 행정기관 특화 모델을 개발해서 지원하는 등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이후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여느 업체들과 같이 수익화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앞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과거 서부개척 시대 골드러시 당시 청바지나 곡괭이를 판매하는 회사가 돈을 벌었지만 AI 시대에서는 인프라나 클라우드, 데이터 레이블링 회사들이 돈을 벌고 있다"며 "반면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AI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LG는 구 회장 체제에서 AI 솔루션의 중앙 컨트롤 타워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2021년 4월 전격적으로 철수했는데 이로 인해 핵심 제품인 가전 등 스마트홈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기기를 제어하는 핵심 디바이스 부재로 생태계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LG전자가 매년 대규모 적자를 누적하면서도 스마트폰 사업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LG는 최근 공개한 엑사원 3.0을 통해 비용 최적화, 인프라 효율화 등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적용해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단기 수익성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AI 기술로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바이오·클린테크는 주춤··· "작은 씨앗이 미래 거목 될 것"
지주사 대표로서 LG의 미래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구 회장은 LG의 'ABC' 다른 축인 바이오와 클린테크 분야에서도 투자를 독려하며 역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LG가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세포치료제와 같은 미래의 혁신 신약을 개발해 암을 정복하고 인류의 삶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신약 개발 과정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위기 문제에 책임의식을 갖고 탄소중립과 제품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탄소 저감 등을 위한 클린테크 사업도 지속적으로 육성 중이다.

하지만 'BC' 사업에서는 AI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오 시장의 경쟁 심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배터리 사업이 부진에 빠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ABC 사업은 최근 들어 AI에만 한정된 느낌이 든다"며 "이 같은 요인은 바이오와 클린테크 업황 부진 때문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홍보 활동도 AI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구 회장 취임 이후 해마다 R&D 투자를 늘리는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미국 보스턴을 방문하며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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