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주요 기관에 따르면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수정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근거는 내수 부진이다. KDI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기존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요 증권사들도 올해 전망치를 2%대 중후반에서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종전 2.7%에서 각각 2.4%, 2.5%로 낮췄다.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흥국증권은 각각 2.5%에서 2.4%로 낮췄다.
정성태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자동차, 의류 등 재화를 중심으로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고 건설 및 설비투자도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경제의 회복을 견인하던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 자릿수 초반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눈높이도 낮아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2.5%로 나타났다. 한 달 전 2.7%에서 0.2%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바클레이즈 2.7→2.6%, 시티 2.5→2.4%, 골드만삭스 2.5→2.3%, JP모건 2.8→2.7% 등 각각 전망치를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와 같이 IB 8곳 중 가장 높은 3.0%의 전망치를 제시했으나 7월 말 2.3%로 대폭 내려 잡았다.
비관론이 많아진 건 고금리 장기화로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데다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 중동 지정학적 위기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 하반기 성장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요 기관들의 우리 경제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자 한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 강도가 세지고 있다. 특히 8월 선제적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법 크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외환경 변화 이전부터 한국은 민간소비 중심 부진을 확인했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성장세 추가 약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초기 기준금리 인하 대응력도 높여야 할 시기가 됐다"며 "8월 0.25%포인트 인하 개시 및 연간 2회 금리 인하로 한은이 초기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으로 한은의 8월 선제적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의 올해 기준금리 결정회의는 8월, 10월, 11월 등 세 차례 남았으며 가까이로는 오는 22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