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주간거래(데이마켓) 일괄 주문 취소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책임 유무를 가리기 위해 나섰다. 증권사들이 현지 대체거래소(ATS) 시스템 오류로 거래가 취소될 수 있다는 '사전위험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국 주식 일괄 주문 취소 사태에 대해 투자자별 피해 유형을 파악하고 있다. 피해 판단 기준은 국내 증권사의 사전위험고지 여부로 가려내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상당수 투자자들이 배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손실이 아닌 취할 수 있었던 이득을 취하지 못했다는 민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증권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일어난 ATS 일괄 주문 취소 사태에 대한 민원을 받고 있다. 현재 파악된 취소 거래 금액은 6300억원, 계좌 수는 9만개로 파악된다.
지난 5일 나스닥 지수는 데이마켓과 장 초반 6% 이상 하락했지만 정규장에서는 3.43% 하락으로 낙폭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보유했던 주식을 데이마켓에서 매도하려 했다면 오히려 손해를 줄일 수 있었던 상황이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하락에 저점 매수하려 했는데 거래가 취소돼 기회 비용을 잃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한 주간거래 피해자는 “주문 취소로 저점 매수를 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정규시장이 시작되고도 대처를 하지 못한 국내 증권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물타기를 하고, 증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려 했다”면서 “다음 날 주가가 재반등했더라도 포트폴리오 조정을 못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취소 거래 총액을 6300억원으로 파악했지만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등 거래 과정을 개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투자 고지서와 계약약관을 따져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증권사 대다수는 ATS의 불안정성과 위험성, 주문 체결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위험고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관계자는 “데이마켓의 주문, 결제 등과 관련해 조회, 전달, 체결의 지연 또는 불능, 그 외 거래 불편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고 있다”며 "미국 주식시장은 원래 상·하한가가 없지만, ATS는 위아래 15% 제한 폭이 있어 주가 급락으로 ATS가 주문 자체를 안 받아 주며 이번 사태가 발생해 증권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데이마켓에서의 오류는 감안해도 정규장까지 체결 취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일부 증권사의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키움증권, 토스증권, 미래에셋증권은 데이마켓 체결 취소 사태 후 정규장에서는 정상 거래를 지원했다. 반면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정규장에서도 정상거래를 지원하지 못했다.
주간거래 서비스 중단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 물량 과다로 블루오션은 주간거래 서비스를 조기 종료했다. 지난 5월에 역시 주문이 불안정해 일부 증권사들은 롤백을 했다. 블루오션은 우선 상장지수펀드(ETF) 29종만 거래를 허용하고 8월 말까지 시스템 재정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