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기존 5.6%에서 7.0%로 1.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기존 전망(703억 달러)보다 확대된 7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민간 소비 증가율은 기존 전망(1.8%)보다 낮은 1.5%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5월 전망치(2.2%)보다 1.8%포인트나 하락한 0.4%를 제시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제한적 수준에 그치면서 기존 -1.4%에서 -0.4%로 감소 폭을 축소했지만 당분간 역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소비 위축과 국제유가 안정세 등에 따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은 2.4%로 조정했다. 내수 침체로 서비스업 일자리가 줄면서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도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게 내수 부진의 원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상반기 중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강했던 측면이 있다"며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에서 금리가 정상화한다면 내수 부진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정부를 비롯해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대외 리스크도 여전하다. 중동 분쟁 심화로 유가가 급등하거나 미국·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 말 미국 대선 결과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우리나라 수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정 실장은 "내수 불안 속에 미국 경기가 나빠져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되면 한국 경제도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이 더 문제다. KDI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동일한 2.1%로 유지했지만 총소비와 민간소비 증가율은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씩 내린 1.9%와 1.8%로 발표했다.
내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 내년 2%대 성장률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정 실장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