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그야말로 '기우'일 뿐 '현실'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다수 경제 전문가는 미국이 최근 실업률이 늘었지만,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착륙 소식에 기민하게 움직인 헤지펀드는 '기술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날 FT 취재에 응한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는 미국의 '연착륙' 중이라고 평가했다. 전 백악관 경제관료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제이슨 퍼먼은 FT에 "실업률을 제외한 대부분의 실물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며, 일부는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라고 확신하는 이들이 "극적으로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를 불러온 문제의 고용 지표도 역시 달리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2일 공개된 7월 미국 실업률은 4.3%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7월 비농업 취업자수는 예상치(17만6000명 증가)를 훨씬 하회한 11만4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도 현재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5일 고용 지표의 세부적 사항을 보면 "경기침체는 있지만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여지가 조금 더 생겼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비농업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약세이긴 하지만 경제 상황 전반이 "아직 침체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문제의 화근이 된 고용 지표의 해석이 '연착륙'에 가깝다는 긍정적 신호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헤지펀드들이 '저가 매수'에 돌입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했다. JP모건체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 폭락한 날 약 140억 달러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맥스 고크만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솔루션의 수석 부사장은 "원하던 디자이너 백이 10% 할인된 것을 보는 것과 같다"며 "아직도 매우 비싸지만, 이게 거래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했다.
골드만삭스 데이터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지난 수개월 동안 개별 종목에 손을 뗐다가 5일 미국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자 서서히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S&P500에 속한 기업은 총 12% 매출이 늘었고, 약 80% 업체가 목표치를 돌파했다.
이에 조나단 카플리스 헤지펀드 리서치 회사인 피포탈패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많은 헤지펀드가 증시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본다"며 "우리가 만난 대다수 사람은 현재 문제를 상장사들의 기초체력이나 미국 경제의 장기적 문제가 아닌 단기적이고 분위기에 따른 문제라고 규정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주요 주가지수가 1% 안팎의 반등세를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76%, S&P500지수 1.05%, 나스닥종합지수 1.03% 올랐다.
다만 여전히 미국 경제가 침체를 밟고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5일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미국 경제를 '불황 직전'에 놓였다고 짚었다. 그는 소비 심리 악화와 유통업체 아마존이 제시한 소비 지출 약화를 근거로 내세웠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이언 스윗은 FT에 "소비자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 경제도 함께 발전한다"며 "전체적으로 소비는 꽤 좋으나 중·저소득층에서 약점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