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피해자에 대한 추가 구제 방안과 전자상거래 제도 개선안 등을 공개했다. 지난달 초 위메프에서 정산 지연 문제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대책이다.
지금껏 티몬은 거래가 발생한 달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40일 뒤, 위메프는 익익월 7일에 거래대금을 정산해 왔다. 정산기한에 대한 법령이 없는 이커머스나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들이 약관·계약 등에 따라 기한을 설정하고, 자율적으로 판매대금을 관리한 탓에 티몬과 위메프 입점업체들은 상품 거래 이후 약 50~60일이 지나서야 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
티메프 사태를 촉발한 긴 대금 정산주기의 폐단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이커머스의 정산기한을 대규모 유통업자의 40일보다 짧은 수준으로 단축하고 위반 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이커머스나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가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해 자금 유용을 막겠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정부 대책이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안도하면서도 너무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당국이 이커머스의 부당 영업행위 등에 대한 제재를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긴 탓에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커머스 업체의 대금정산이 지연되면서 입점업체들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5년간 1조8000억원을 넘어선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위메프의 입점업체 대출액은 2554억원으로 7개 이커머스 중 두 번째로 많았다.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를 위한 입법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산업에 대한 시장 관리를 업계의 자정 노력에 맡기는 자율규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어느 때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와 플랫폼 규제를 별개로 놓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이 모기업인 큐펜의 부실한 재무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무분별한 플랫폼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커머스는 지난해에만 227조원이 거래되는 공룡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그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제대로 된 규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운영된 탓에 '티메프 사태'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업체까지 가세하며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부디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소비자와 판매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쓴 약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