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텔로의 1막 첫 20분은 그 어떤 오페라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엄청난 드라마틱한 전개다. 페라리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 거장 카를로 리치는 5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페라 ‘오텔로’를 통해 주세페 베르디가 구현한 드라마와 아름다움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지휘봉을 잡은 리치는 1막부터 대규모 합창이 몰아치는 압도적인 스케일이 마치 페라리를 올라 탄 것과도 같은 아찔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르디는 극장의 남자”라며 “베르디의 모든 음악의 음표는 단지 아름다워서 선택한 게 아니다. 드라마에 맞춰 그 음표를 넣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오텔로역은 세계적인 테너 이용훈이 맡았다. 이용훈은 오텔로역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냈다고 자신했다. 흑인 장국 오텔로는 백인들의 증오와 그로 인한 열등감으로 파멸에 이르는데, 과거 데뷔 시절 동양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통해 오텔로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라 스칼라 데뷔 때 나를 ‘퍼스트 캐스트’로 캐스팅했으면서도 이탈리아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2주 동안 리허설을 안 시켰다”며 “그때 느낀 감정이 오텔로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훈은 “오텔로는 강한 장사이지만, 굉장히 소심하고 연약한 부분이 있다”며 “한국분들이 이탈리아 말을 모르더라도 감정의 소리를 통해 저 사람이 저렇게 괴로워하고 질투하고 있다는 걸 느끼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다른 오텔로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닐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출연진들 역시 다채로운 색깔을 선사할 것을 자신했다. 오텔로역인 테오도르 일린카이는 “오텔로의 질투, 배신 등 복잡한 감정은 우리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베르디의 완벽한 음악을 성악가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라고 말했다. 이아고역 니콜로즈 라그빌라바는 “이인자로서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사람으로서의 색깔과 복잡한 감정들을 공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