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이번 달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계획된 적자’를 각오하고 장기간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 왔던 성과가 드러나는 것이다.
쿠팡은 올해 1분기에는 쿠팡이 인수했던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의 손실분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공습이 본격화된 영향도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더해 쿠팡은 와우멤버십 구독료 인상이나 공정위와의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증가세였으나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매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71억1400만 달러(9조4505억원)으로 처음 9조원을 넘어섰으나, 이 기간 영업이익은 4000만 달러(531억원)으로 61% 하락했다. 쿠팡의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첫 분기 영업이익을 흑자 전환한 후 처음이다.
당기순손실은 2400만 달러(318억원)를 기록했다. 쿠팡의 분기 당기순손실 기록은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온라인 시장 공세를 강화한 것도 분기 실적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김 의장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중국 이커머스 기업을 직접 언급하며 위기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진입 장벽이 낮으며, 소비자들은 클릭 하나만으로 다른 쇼핑 옵션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쿠팡의 수익성 개선에 대해선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중국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1분기 대비 주춤해진 상태라는 점에서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해외에서 처리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20억원 규모의 과징금과 78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다.
특히 오는 7일부터 기존 회원에 대한 와우멤버십 구독료가 인상하면서 유료 회원 이탈 규모가 어느 정도 될 지에 따라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규 회원에 대한 구독료 인상은 이미 지난 4월 13일부터 이뤄진 상태다.
현재까지는 탈쿠팡족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규 회원에 대한 구독료가 인상됐으나 쿠팡의 월간 이용자수(MAU)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 MAU는 올해 1월 2983만명, 2월 3010만명, 3월 3087만명, 4월 3091만명, 5월 3111만명, 6월 3129만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신규가입자들의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후인 4~6월에도 MAU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쿠팡의 대만 시장 진출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쿠팡은 대만 시장에 이미 진출해 로켓배송 노하우를 대만 시장에 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0월 대만에 로켓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현지 고객과 매출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에서 “현지 고객과 매출이 지난 2023년 3~4분기 동안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증가하는 등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은 대만 시장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풀필먼트(통합물류 센터) 2호를 개소했으며, 올해 중 3호 풀필먼트를 추가 개소하며 물류 시설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쿠팡과 공정위와의 갈등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과징금 1400억원(잠정) 부과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공정위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법원에 공정위 시정명령에 대한 효력 일시 정지를 요청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쿠팡이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