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제로금리를 종결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일본 정책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6조엔 규모인 월간 국채 매입 규모도 2026년 1분기까지 절반 규모인 3조엔까지 줄이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성명을 통해 물가 상승률을 2%대로 유지하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리 결정은 정책위원 9명 가운데 찬성 7명, 반대 2명 의견으로 정해졌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배경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춘계 노사 협상으로 전년을 크게 웃도는 임금 인상이 실현된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이나 업종에 임금 인상 흐름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 후에도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로 이어지는 완화적 금융 환경은 유지된다. 경제활동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일본은행은 이날 물가 전망을 담은 경제전망 수정보고서도 발표하고,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기존 전망(2.8%)보다 0.3%포인트 내린 수준이다. 앞서 발표된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27개월 연속 2% 상승세를 유지했다.
한편 우에다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해 "지표에 달려 있다"며 경제·물가 지표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국채 매입 축소 계획과 관련해서는 "시장 참가자 의견을 정중하게 확인함으로써 이후 확고한 축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국채 매입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엔화 환율은 일본은행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엔화 강세 여파에 유럽장 초반 달러당 150.05엔까지 떨어지면서 150엔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161엔을 웃돌았지만 불과 3주 새 달러 당 10엔 이상 하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