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작한 것이 나의 끝은 아니다. 우리의 시작과 끝은 달라도 된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시간을 주는 게 대학의 의무가 아닌가."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학생들이 제한된 시간 동안 자기의 선호를 형성해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싶다"며 "무전공 입학의 내부적인 합의 과정을 이끌어간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성신여대는 2025학년도부터 자유전공(무전공) 모집을 실시한다. 성신여대는 음악대학, 미술대학 등 예체능 모집 단위를 창의융합학부(예체능전공)로 별도로 선발한다. 무전공으로 입학하더라도 예체능학과로 진입하는 게 불가능한 대학들이 많은데 성신여대는 예체능 계열 무전공 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이 총장은 "예체능 계열 학과의 특수성 때문에 보통 무전공 선발에서 제외를 많이 한다"면서도 "저는 학생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예체능도 하면서 그 분야를 다른 영역과 결합할 수 있는 일종의 일반적 예체능 인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신여대는 다양한 학문이 있는 종합대학"이라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시각을 대학에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성근 총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취임한 지 2년 됐다. 총장 취임 후 핵심 목표는.
"대학이 사회와 단절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에는 지식을 대학이 선도했지만 사회가 더 빨리 지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협동(cooperation), 협력(collaboration), 그리고 연결(connectedness)이라는 3C 개념을 강조한다. 사회와 소통, 사회와 교신하는 대학, 개방이 중요하다. 학문과 학문 간 교류·소통도 중요해졌다. 대학과 사회의 연결, 학문 단위 간 연결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 대학과 사회 간 교류·교신을 강조하는 큰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취임 초기 국제화를 목표로 언급했다. 대표적 성과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의 '2024 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국내 여대 가운데 2위에 올랐다. 중국, 크로아티아, 폴란드 등 세 곳에 세종학당을 만들었다. 국제 학생들이 오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우리가 세계에 진출하는 것에도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국제 학생 비중이 12.5% 정도다. 해외로 학생들도 많이 보내고 있다. 국내 여대 중 2위, 서울권 대학 중에서도 10번째다. 우리의 국제화는 수익원을 창출하는 한 방향이 아닌 교육의 질도 국제화에 걸맞은 수준으로 하고 있다. 일종의 양방향 국제화가 목표라고 보면 된다."
-대학 위기에 직면했다. 현 시대에 대학의 역할과 개혁 방향은.
"대학의 위기는 결국 대학이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학문을 만들어내고, 그 지식을 통해 학생을 교육하면 결국은 그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정확한 역할을 잘하게 된다. 사회로 나간 학생들의 결과를 피드백 받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돌려보내는 지식의 순환 체계를 잘 이해할 때 대학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원하는 것,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창출해 낼 수 있을 때 대학의 역할,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대로서 갖는 약점과 강점이 있다. 강점은 무엇이며, 여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저는 성신여대를 여대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대학이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 지금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굉장히 불분명해지고 있다. 인문대, 사회대, 공대, 자연대, 예체능계 등 사회에 필요한 공부 중심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대학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여대라고 해서 어떤 특별한 분야에 한정 짓는 것은 좋지 않다. 한국에 있는 좋은 대학들과 어깨를 겨루고 싶고, 한국에 있는 여대들과 저는 그 경쟁의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다.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좋은 역량을 어떻게 하면 강화해 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 충원과 재정난 타개책은.
"한국 사립대학 주 수입원이 등록금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은 어떤 자원의 배분 규모의 적정화가 기본적인 내부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학교 기업'을 만들고 있다. 우리 대학이 잘하는 학문적 특성을 활용한 기업을 만들어 사회와 협력해 보고 싶다. 기본안은 거의 만들어졌고, 하반기에 시작할 생각이다. 양방향의 국제화를 강조하지만 국제 학생 영입을 통해 재정난을 타개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성신여대는 내년부터 예체능 계열 무전공 선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전공 입학에 관한 견해는.
"내부적인 반발이 좀 있었지만 합의 과정을 이끌어간 이유가 있다. 경영학과에 있는 학생들보다는 음악이나 미술을 더 잘하지만, 전문 연주가는 될 필요는 없는 학생들도 소수 있다. 공개 경쟁하면 재능이 희석될 수 있으니 이들만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따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다른 전공과 결합할 기회를 주고 그분들이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시도해보자는 설득이었다. 입시에서 점수 1~2점 때문에 가고 싶은 과를 못 가게 된다면 패배 의식을 줄 수 있다. 원하는 학문을 못하게 할 제한적 요소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기존 교육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성신여대만의 교육 모델이 있다면.
"AI와 창의성을 연결하는 교육 방식의 혁신을 요구했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독특한 하나의 능력인데, AI와 창의성을 연결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을 좀 개발해 달라고 교육혁신원에 요청해 논의 중이다. 꼭 AI의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강의의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논의 후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들을 위한 창업과 취업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학생이 창업하면 한 학기에 15학점을 인정해주는 창업 학점 제도가 있다. 창업해서 사업자 등록증을 제시하면 학생에게 15학점을 크레디트로 부여해 준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에 합격해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비교과 프로그램 등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현장 실습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잘 안 가려고 하지만 실제로 가서 인턴 생활을 해보면 다시 그 기업으로 가더라. 기업과 대학을 매칭하는 산업 연계형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다."
-'보텀업'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겠다고 했다. 소통 채널은.
"대학 내 소식지 등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의사결정자들의 생각을 구성원들이 알게 하자 해서 취임 후 행정 뉴스를 만들었다. 또 국제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었다. 성신 글로벌 뉴스를 영문으로 만들어 내부 구성원들이 국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성과를 알게 하고, 성신여대를 거쳐 간 국제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연구산학협력단 뉴스레터도 만들어 교수님들의 연구 성과와 대학과 외부의 교신 등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은. 입시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과거에 비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학생부 교과 전형, 지역 균형 인재, 논술 등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입시에도 잘 포괄되어 있다. 다만 국·영·수 중심의 교육이 맞는지는 의문을 품고 있다. 대학 서열화에도 문제가 있다. 명문대학 중심의 지원책보다는 늦게 시작한 대학들도 충분히 고등교육에 관한 능력이 있으니 지원책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좋은 대학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비전과 계획은.
"협동, 협력, 연결 등 3C를 잘 실천해서 내부 자원을 효과적으로 더 잘 활용하겠다.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직장, 교수님들은 오랫동안 머물러서 연구와 교육하고 싶은 대학, 학생들은 즐거움과 배움이 있는 대학을 실현해 나가려고 한다. 기존에 2년간 했던 과제를 더 연결해 실행하는 단계에서 이제 끝을 내는 단계로 가야겠다."
<이성근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약력>
△성신여대 제12대 총장
△고려대 영문학과 학사
△고려대 통계학 박사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닐슨 연구원
△제일경제신문 비상근 논설위원
△SK텔레콤 마케팅 기획본부 마케팅 연구팀장
△동양공업전문대학 전산경영학부 조교수·부교수
△성신여대 경영학과 조교수·부교수·교수
△성신여대 기획정보처장
△성신여대 대외협력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