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면 이승만이나 박정희가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갈 것으로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승만은 4·19 의거로 물러났고 박정희는 김재규의 총을 맞아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두 분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도 새로운 분이 나타나 국가는 유지되고 우리 사회는 이만큼 성장하게 되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그때 두 분이 적당한 시점에 자발적으로 물러나 국가 원로로 남았다면 두 분은 개인적으로 훨씬 더 존경을 받았을 것이고 우리 사회가 겪었던 혼란과 사회적 비용도 줄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당시 두 분이 사욕으로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기보다는 본인이 없으면 국가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나 착각을 한 주변의 간신배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두 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두 분의 눈과 귀를 어둡게 했을 수 있다.
다수당의 사당화 현상은 개별 정당의 문제를 넘어 국회 운영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회는 여야가 다른 의견을 타협하여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데, 국회의장과 법사위 운영위를 장악한 다수 야당은 마음대로 국회 운영을 하고 법안을 내고 여당은 이런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국회가 사유화되어 민주주의와 삼권 분립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검사와 판사를 탄핵을 통해 겁박하거나 맘에 안 드는 판결을 하는 판사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 생각을 내비치고 있다.
이재명 개인의 방탄을 위해 무리하게 국회 운영을 하면 국민이 국회를 탄핵해야 되는 국회 부정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정치권에 안개가 자욱이 덮여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태양이 안개를 사라지게 하고 눈앞의 현상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되듯이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지면 혼돈에 빠져 있던 정치적 지형이 명확히 드러날 수 있다.
사법부가 판단을 미루지 말고 가급적 빨리 공정한 결론을 내려 줘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들이 모두 무죄로 밝혀지면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에 파란 불이 들어오고 대선 후보로서 입지가 탄탄해질 것이다. 방탄을 위한 무리한 반헌법적 법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만약 유죄 판단이 내려지면 다른 분이 기회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당심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승만이나 박정희가 물러나도 새로운 분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듯 이재명이 물러나도 민주당은 누군가에 의해 운영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당권 경쟁을 할 만한 잠재적 경쟁자를 공천 과정에서 완벽하게 배제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이승만이나 박정희 시대를 회고해 보면 새로운 분은 늘 나오기 마련이다.
현재 민주당의 국회 운영 모습을 보면 도가 넘는다는 생각이 든다. 다수당이 법치 붕괴를 주도하고 장외 투쟁을 하며 우리 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법안을 대놓고 발의하는 저의는 자명하다. 표적 수사 금지법, 수사기관 무고죄, 법 왜곡죄 등과 같은 법안을 내는 저의는 명확하다. 이 대표에 의한, 이 대표를 위한 방탄 법안이랄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이나 사법부의 판결이 맘에 안 든다고 대놓고 국회에서 이러한 법안을 내는 이유는 자기 편을 들지 않는 판검사 괴롭힘 법이라고 할 수 있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재판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방탄하기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 많은 국민 지지를 받은 당이라고 해서 당 대표의 방탄을 위해 상식에 어긋나는 반 헌법적 법안을 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법부의 신속한 판단으로 정치권에 드리워진 자욱한 혼돈의 안개를 걷어 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