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전 인사비서관)이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불출석했다. 이 비서관은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혀진 경찰 인사 검증 관련 질의를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정훈 행안위 위원장에게 불출석한 이 증인에 대해 국회법 등에 따라 고발 조치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 비서관을 비롯해 노규호 전 경북경찰청 수사부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조병노 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등 5명이 증인으로, 임상규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장, 김승호 전 인사혁신처장 등 2명이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이 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른 이 의원은 "오늘 청문회 핵심은 윤 정권 들어 급격하게 훼손된 경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와 태도를 묻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저번 기관 보고를 통해 이 비서관의 (면접) 참석을 인정했으니 왜 그랬는지 따져물어야 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신 행안위원장에게 "핵심 증인 이 비서관이 출석하지 않는 것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며 ”국회법 등에 따라서 고발 등 엄정 조치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인사청문회와 무관한 억지에 가까운 증인 명단을 보니 안타깝다"며 "아니면 말고 식 오염만 남는 청문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맞받았다.
이 비서관은 2022년 5월 말 인사비서관 당시 고위 간부 승진 대상자들 면접에 동석해 경찰의 중립성을 해쳤다는 논란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기록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 의원의 "2022년 5월 말 당시 이 장관의 치안정감 승진대상자 면접에 이 인사비서관이 동석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그 자리에 이 비서관이 동석했는가"는 질의에 "만날 때마다 매번 있었던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있었던 적이 있다"며 이후 "배석했다"고 답했다.
앞서 이 비서관은 지난 22대 총선 당시 용인시갑 선거구 후보자 토론회에서 같은 질문에 "인사 과정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답을 회피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 11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의 답변을 통해 동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사실이 밝혀지자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당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비서실에서 인사비서관이 배석했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면접 대상자들은 경찰청장 또는 치안정감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면접을 보는 것이 당연히 '줄 세우기', '정치적 충성 맹세'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장관은 "오히려 중요한 직위는 당연히 면접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사비서관은 대통령의 참모로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때 있어 적절한 조언을 해야 되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올바른 제청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면담이나 면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역대 정부에서는 행안부 장관이 제청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본격적인 의사결정을 해왔으나, 경찰국이 신설되면서부터는 행안부를 통해 경찰을 지휘·통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기 전에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면접에 동석한 것은 명백한 인사 개입,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위직 인사는 정치성향,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관행적으로 대통령실과 조율은 해왔다"며 "그러나 대놓고 인사비서관이 동석해 면접을 본다는 것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적 중립성은 예산과 인사권의 독립이 있을 때 가능하다"며 "인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실이 부처에서 올라온 인사안을 재가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만 부처장관이 실시하는 면접에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동석한 것은 중대한 불법의 소지가 있다. 장관이 면접을 실시한 전례도 없다"면서 "정부가 집권과 동시에 경찰장악’ 및 줄세우기를 통해 '좌 검찰', '우 경찰’이라는 두 개의 칼날로 전 정권과 야당에 대한 보복 수사와 사정기관을 통한 탄압에 돌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인사개입에 대한 직권남용과 사정기관 장악 등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등 필요한 방법을 통해 진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