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간판선수' 오상욱(대전시청)이 펜싱 종주국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28일(한국시간) 오전 4시 55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4위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대 11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의 은메달과 수영 남자 400m 자유형 김우민(강원도청)의 동메달에 이은 대한민국 선수단의 3번째 '값진' 메달이다.
오상욱은 생애 처음 출전한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개인전 8강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두 번째 도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결승에 진출해 '금빛 찌르기'에 성공하며 남자 사브르 개인전의 새 역사를 썼다. 이전까진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고 성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도쿄 대회 때 김정환이 목에 건 동메달이었다.
오상욱은 대전 매봉초 6학년 재학 시절 펜싱에 입문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전시교육청에서 장비를 지원받았다. 또 대전 지역 지도자와 체육인, 교사 등으로 이뤄진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펜싱 연습에 매진했다.
오상욱은 떡잎부터 다른, '될성부른 나무'였다. 2014년 한국 사브르 최초로 고교생 국가대표가 된 오상욱은 국제대회 데뷔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년 만에 곧바로 세계 랭킹 7위에 오른 그는 2017년과 2018년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9년 6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펜싱계 강자로 우뚝 섰다. 서양 선수들은 그런 오상욱을 ‘몬스터(monster)’라고 불렀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와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산드로 바자즈(조지아)와 치른 8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1점을 내주며 13-15로 패배한 것이다.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22년 12월엔 연습 경기를 하던 중 실수로 상대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이 꺾이며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고 수술 후 힘든 재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오상욱은 시련을 이겨냈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올해 초엔 상대와 부딪치며 칼을 잡는 오른 손목 인대를 다쳤고, 지난 5월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서 개인전 8강에 그쳤지만, 오상욱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그리고 출전한 두 번째 올림픽. 2019년 세계선수권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날 경기까지 연이어 금빛 찌르기에 성공한 오상욱은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린 역사적인 장소 그랑 팔레에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라는 숙원을 이룬 그는 이제 '단체전 우승'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금메달 획득 후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따고 편히 쉬겠다"고 말했다. 단체전은 오는 3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