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투자자 매도세에 2710선으로 뒷걸음질쳤다. 외국인은 간밤 미국 빅테크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자 국내 시장에서도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의 펀더멘털도 속수무책이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06포인트(1.74%) 하락한 2710.65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37.42포인트(1.36%) 내린 2721.29에 출발해 장 초반 1.99% 하락하며 2700선도 겨우 지켜냈다. 오후 들어 낙폭을 다소 줄이면서 2710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던진 매물 폭탄에 실적도 소용 없었다. 특히 그동안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종목들은 '어닝 서프라이즈' 같은 호재에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도 각각 1.95%, 5.51% 내렸다. 엔비디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6.80%,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41% 하락했다.
올해 2분기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8.87% 하락한 19만원에 마감했다. 영업이익 역시 6년 만에 5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외국인은 71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가 20만원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 6월 7일 이후 처음이다.
LS일렉트릭은 낙폭이 더욱 컸다. LS일렉트릭은 17.12% 급락한 2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S일렉트릭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09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946억원)를 16% 웃도는 실적을 냈다. LS일렉트릭 역시 AI 성장 수혜로 주가가 상승해 온 대표적인 전선주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실적을 발표하고,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가이던스도 제시했으나 전날 미국 빅테크 급락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더 컸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 실적을 통해 전방산업의 반도체 수요와 업황 가이던스가 견조함을 확인했다"며 "인공지능(AI) 모멘텀에 대한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앞서간 시장의 기대심리를 되돌림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지수는 800선을 내주며 6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수는 16.96포인트(2.08%) 내린 797.29에 장을 종료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8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 2월 1일(798.73)이 마지막이었다. 지수는 장 초반 2.46% 하락하는 등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3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960억원, 50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인, 기관 쌍끌이 매도에 시장에선 신저가 종목이 308개가 나타났다.
테슬라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낸 영향으로 이차전지주는 장 초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3.42%), 삼성SDI(3.00%), 에코프로(3.34%) 등 장 후반 들어 기술적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 전문가는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련의 주가 하락은 펀더멘털을 바꾸는 요인은 아니다"라면서 "높아진 시장 참여자의 눈높이가 맞춰지는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