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회사채 시장이 활황이었던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리테일 채권 판매를 한 증권사에 대해 현장검사에 나섰다. 개인투자자들의 회사채 순매수세가 급증하며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증권사 간 밀약 등이 작용했는지 조사에 나선 것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는 25조2000억원으로 전년(21조2000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연초 이후 AAA급부터 BBB급 회사채 수요예측도 연속 흥행해 회사채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비우량채 흥행은 채권 개미의 덕을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감원은 회사채 시장 흥행 뒤에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불완전 판매가 있다고 본다. 과거 동양증권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당시 개인투자자가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판매 뒤에는 반드시 문제가 있었다"면서 "증권사 현장조사와 서면 질의 등을 거쳐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리테일 채권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 중 일부 증권사 영업점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이 개인투자자 대신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준다며 증권신고서 수리 전 수요를 받는 식으로 채권 영업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증권사는 주식처럼 채권 리딩방 형태를 개설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BBB급의 비우량 고수익 회사채를 배정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방식으로 홍보했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모채권을 발행할 때 증권신고서 수리,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낮은 금리(높은 채권 가격) 순으로 채권 배정(기관투자자), 기관들이 받아온 채권 장외거래, 채권 상장 및 장내 매매 순서를 거친다.
개인투자자들이 진입하는 건 마지막 두 단계인데,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회사채 수요예측 대행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단계에 개인투자자들을 넣고 장외 매매로 마무리하는 형태로 영업을 해왔다. 일부 PB는 수요예측 대행 서비스 명목으로 증거금을 미리 받은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채권 영업·판매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사례가 나올 경우 검사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조사를 받은 증궈사는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이며 중소형 증권사는 서면으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검사가 이뤄졌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기관이 목표치만큼 팔지 못한 '미매각' 채권을 개인들이 사들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쌍용C&E는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증권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추가 청약을 모집해 다시 판매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