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임 청장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세입 여건 속에서 향후 세수 변동 요인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세입 예산 조달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공식 취임은 23일이지만 지난 19일 김창기 전 국세청장이 퇴임하면서 이날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본격적인 청장 행보를 시작했다. 국세청 내에서 '닮고 싶은 관리자'에 수차례 선정될 정도로 온화한 리더십을 갖춘 강 청장이지만 업무에서는 '깐깐한 원칙주의자'로도 유명하다.
국세청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올 들어 5월까지 국세청 소관 세수 실적은 14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조9000억원이 줄었다. 세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목표에 5.3%포인트 못 미친 41.4%에 그쳤다.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수입이 급감한 탓이다.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 여부도 강 청장에게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해 국세청이 증여세 과세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수용했다. 공소시효가 지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은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가족에게 승계된 자금은 상속·증여세법을 통해 과세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판 내용에서 세금 탈루 혐의가 나오면 세무조사 착수의 근거가 된다"며 관련 세무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강 청장은 "특정 건에 대해 '어떻게 진행하겠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면서도 "과세할 내용이라면 당연히 과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 청장은 이번 주 중 정부가 발표하는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시 인적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 중산층의 연말정산 세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그는 "세제 개편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서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라며 "국세청은 현장의 우려를 전달해 개편 과정에서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과거보다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세율과 과세표준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경제 규모나 여건이 변화하면서 (상속세 개편을) 논의할 시기는 분명히 됐다"며 "세금을 거두는 입장에서 형평성이나 국민적 공감대 등도 다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세수 확보 등 국세 행정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세청의 인재 관리·확보 역량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보다 국세직 응시자가 줄고 국세 공무원들의 자발적 퇴사자도 늘고 있다"며 "지능적 탈세, 국세 행정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서 업무 역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청장은 "내부적으로 승진 적체나 업무량, 악성 민원 등 부담이 많은 편"이라며 "승진 적체의 경우 외부 기관과 교류하고 민원 부담에 대해서도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