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 하반기 접어들어 잇달아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일반 재건축 예정 단지는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단지들도 신고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강남권 내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9동 84㎡ 매물(13층)은 28억5000만원에 매매계약 약정이 체결됐다. 은마아파트 입주 이래 역대 최고 매매가다. 동일 면적 종전 최고가는 부동산 활황기이던 지난 2021년 11월 거래된 28억2000여 만원으로, 3년여 만에 신고가를 다시 쓰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동일 평형 호가가 24억 중반대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4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은마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국토부가 GTX-C 노선과 관련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 2028년~2030년 사이에 주민 이주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얘기가 도는 등 아직 설계 변경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지만 사업이 크게 늦춰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있다”며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수 문의 수요가 이달 들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외에 현재 ‘토허제’로 묶여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도 이달 신고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압구정동 ‘현대 8차’ 전용 107㎡ 매물은 지난 9일 40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8월 대비 약 1년 만에 2억원 가까이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인근 ‘현대 6,7차’ 144㎡의 경우 이달 54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최근 강남권 단지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뛰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지역이더라도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촉발되면서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이자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있다. 10년 보유, 5년 거주 실거주자의 조합원 물량은 양도가 가능한데 물량 자체가 극히 적어 매물이 나오면 가격이 크게 뛰는 분위기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잠실 일대 대단지의 가격이 많이 올라 차익을 실현한 매도인들이 재건축 수요를 노리고 갈아타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잠실 엘스 등 일부 아파트가 27억원에 최고가를 경신하며 실거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 대단지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트리지움’ 전용 59㎡는 지난 13일 20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롭게 썼고, 같은 달 5일 ‘리센츠’ 전용 59㎡도 22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일대 거래량과 가격 추세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재건축은 사업이 결국 장기적이어서 단기간에 호가가 지나치게 오르지만 않으면 상승 추세가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