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이제 일본을 다시 보자

2024-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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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에 위기감 …한일 양국 적극적인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야

김상철 교수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3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 중국 공산당 지도부 전체 회의인 3중전회(三中全會)가 지난 18일 폐막하였다. 중국 경제의 향후 10년 밑그림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과거부터 이 회의는 중국 안팎의 관심을 끈다. 예상과 달리 당면 경제 현안보다 중국 경제의 발전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미국 등 서방의 거센 압력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 자립과 안보 강화를 쌍두마차로 현재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신(新)품질 생산력’ 전략이다. 미국 등 서방의 거센 압력을 극복하고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식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중국 경제의 무게 중심을 제조 대국에서 강국으로 면모일신을 위한 단기보다 중장기 처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부터 국내 기업의 경우 중국의 정책 방향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책 변화의 흐름을 읽고 이에 잘 올라타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음을 실제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열기가 덜하다. 중국에 관한 관심이 식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다. 오히려 국내나 해외 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융단 폭격에 어떻게 방어해 나갈 것인가가 가장 큰 현안이다. 포기할 수 없는 가까운 큰 시장에서 설 자리가 별로 없다. 소재·부품·장비는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거의 봉쇄되었다. 중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획기적인 소비재로 시장을 뚫어야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제품력과 정교한 전략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정치적 이유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다니지만 한·중 관계가 냉각기인 것은 분명하다. 양국 국민 간의 관계도 시들하다. 한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끈끈하던 모습은 거의 실종되었다. 정치적 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호시절로 돌아가기는 여러 정황상 어려워 보인다. 협력을 재개할 수 있는 연결 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근원적 이유다. 중국이 우리에게 아쉬운 것이 거의 없고, 중국이 훨씬 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우리가 가진 현재의 딜레마다. 지척의 거대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절박감은 이해가 되지만 해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선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의 물꼬를 터야 한다. 기업의 경우는 새로운 잣대로 중국 시장을 재단하고 틈새를 찾아내야 한다.
 
이래저래 우리와 흡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라가 바로 또 다른 이웃인 일본이다. 현 정부 들어서 양국 간의 정치적 긴장 관계가 해소되면서 민간의 교류도 봇물이 터지듯 한다. 중국의 부상으로 같은 위기감, 즉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에 더해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 소멸에 따른 인구 감소 등 주어진 여건이 너무나 흡사하다. 생산인구 감소로 일본은 노인 기준을 75세로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2040년을 전후해 공통으로 국가 소멸이라는 중대한 기류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한·일 양국이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일치 정도, 즉 싱크로율이 98%에 달한다는 발표도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를 두고 운명공동체라는 한 발짝 더 나간 이야기까지 나온다.

양국 기업이나 국민 등 민간 교류 활발, 지혜 모으면 같이 살 수 있는 길 열려
 
반일 죽창가를 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양국 국민의 교류가 엄청나게 가속도가 붙는 중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으면 서로 통하기 마련이다. 특히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가 무려 443만명이다. 일본 방문 전체 외국인 중 25%가 한국인으로, 국적별 방문 순위 단연 1위다.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만 설명이 되지 않는 일본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본인의 한국 방문 수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작년 한국 방문 외국인 중 일본인 수가 232만명으로 가장 많다. 요즘 일본에서는 한류 붐이 재점화 중이다. 4차 열풍으로 한국 음식이나 음악, 심지어 화장품, 패션 의류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일본 MZ 세대의 열풍이 거세다.
 
중국에서 시들해진 한류가 일본에서 뜨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때아닌 ‘K-트렌드(패션·뷰티)’에 열광한다. 이에 따라 콧대 높기로 유명한 일본 백화점이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이긴 하지만 한국 상품에 굳게 닫혔던 문을 열었다. 조만간 정식 입점도 가능해 보인다. 한국서 통하면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심지어 불닭 포테이토 칩 한국 식품까지 돈키호테 등 일본 대형 소매 백화점에 입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으론 K스타트업이 일본의 한복판인 도쿄에 진출하여 일본 기업과의 협력으로 신사업을 전개한다. 또한 한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한국 청년들이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를 보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다.
 
일본과의 역사적인 문제로 교류에 거부감을 보이는 국내의 정서를 모를 바는 아니다. 당연히 상처는 결코 잊을 수 없겠지만 용서는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세대의 멍에를 미래 세대에까지 대물림하는 것이 지혜로운 행동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외부 환경과 내부의 산적한 문제로 국가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양국이 힘을 모으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정치판의 반일(反日) 정치적 놀음에 현혹되지 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 벗고 나설 때다. 때마침 양국의 300만 중소기업이 협력을 위한 ‘셔틀(왕복) 교류’를 합의 추진한다고 한다. 한·일 기업이나 국민은 이미 물꼬를 텄다. 정부 차원에서도 20년 이상 논의가 중단된 양국 간 FTA 등 적극적인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나갈 때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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