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와 세금. 미국으로 기업들이 되돌아올 수 있는 엄청난 인센티브다. 관세와 다른 경제적 수단이 필요하다면 이 역시 좋다.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50년, 아니 100년간 자행한 일을 되돌려줘야 한다. 우리나라로 기업을 다시 갖고 와야 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며 자신이 추진하는 경제정책, 이른바 '트럼프노믹스'는 저금리·감세·고관세로 요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중국은 물론이고 우방인 유럽연합(EU)과도 무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인터뷰는 피격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25일 트럼프 자택인 마러라고에서 진행됐다.
또한 트럼프는 화석연료 사용, 감세, 불법 이민 제한이 미국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는 누구보다 많은 액체 금(원유)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를 늘려 유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2017년에 종전 35%에서 21%로 낮춘 법인세율을 재집권 시에는 15%까지 낮추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나아가 트럼프는 강경한 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는 국내 임금 인상 및 고용을 자극해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지지층인 이민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노믹스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물가 안정을 공약한 상황에서 그가 주장하는 저금리, 감세, 고관세 등은 오히려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웬 지다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의) 세금 공약을 살펴보면 말이 안 된다"며 "대폭적인 감세와 인플레이션 감축이라는 중심 목표 사이에는 모순점이 있다"고 가디언지에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마켓의 마이클 메트컬프 글로벌 전략 책임자 역시 CNBC에 출연해 "트럼프 2기 정책은 1기보다 더 인플레이션을 몰고 올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감세와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 D. 밴스 상원의원이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반대했던 사안이어서 향후 어떤 식으로 실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우려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됐던 연준 의장 교체설에 대해 제롬 파월 현 의장이 2026년 5월까지 임기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11월 대선 전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들(연준)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임을 안다"며 넌지시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달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선 전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과 소비자들의 금리 부담이 낮아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는 외교 정책과 관련해 우방국 안보 지원에 회의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대만, 우크라이나 등 우방국들이 분담하는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대만 TSMC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트럼프는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 대만은 엄청나게 부유하다"며 "지금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으며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여파에 17일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북·중·러 등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효과가 없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시진핑)를 좋아한다"며 자신은 이들 국가와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트럼프는 러·우 전쟁 해법을 놓고도 미국의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합의를 하는 조건으로 대러시아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제재는 모두를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난 제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도 행사장을 찾아 조용하게 연설자들의 발언을 지켜봤다. 트럼프는 피격 사건 이후 전과 달리 한층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8일 있을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공격보다는 국민 통합을 중심으로 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