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봉쇄, 성공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큰 도전이라는 서방의 주장이 넘쳐 나지만 블랙웰과 폰테인의 최신작
이란과 이라크문제 그리고 우-러전쟁, 이-팔전쟁이 계속 이어지면서 미국은 아시아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보다 더 시급한 중동과 유럽문제에서 손을 뗄 수 없어 긴급한 일이 중요한 일을 밀어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정책의 시작 이후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3명의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은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기간 중에 중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거나 미국이나 세계평균성장률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계속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에 이은 기술전쟁을 하면서 600여 개 이상의 중국 기업을 제재대상에 올렸지만 제재 받은 중국 기업 중에서 폐업한 기업도 없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국가 간에는 “피보다 진한 것이 쩐(錢)”이다, 돈 되면 동맹이지만 돈 안되면 언제든 돌아서는 것이 국가관계이다. 미국과의 동맹이 최고인 것처럼 보이지만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미국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동맹을 희생시키고 동맹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쿼드동맹인 인도와 호주가 러시아와 중국을 봉쇄하자는 미국의 뒤통수를 쳤다. 인도는 러시아와 석유거래를 하고 호주는 중국과 무역을 재개했다. 나토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도 미국의 대중봉쇄를 입으로만 떠들고 행동은 딴판이다. 독일의 숄츠 총리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뻔질나게 중국을 드나들며 중국과 무역관계의 단절은 고사하고 경제협력을 더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중지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술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강대국의 옆에 살면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옆집 멕시코는 “신(神)은 멀리 있고 미국은 너무나 가깝게 있다”는 말로 어려움을 표출했다. 중국과 이웃한 한국은 미국이라는 든든한 동맹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멕시코 식으로 표현하자면 “미국은 멀리 있고 중국은 너무나 가깝게 있다”.
사드 사태를 겪고, 코로나 사태를 지나서 신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동맹의 강화 쪽으로 정부정책이 쏠리면서 30여 년 만에 대중 무역적자가 나도 그저 탈(脫)중국의 목소리만 클 뿐 대중적자를 흑자로 바꿀 전략이나 축소전략을 논하는 자리는 없다.
그러나 “기술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미국의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인텔, 엔비디아, 애플, 구글 등 미국첨단기업의 CEO들은 미국 정부가 중국과 거래하지 말고 공장 빼라는데도 아랑곳 않고 중국에 들락거리고 있고 중국만 가면 중국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른다. 이유는 시장이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곳에 짓는 것이다.
한국은 달러박스인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원자재의 40~9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은 이제 중동처럼 관리해야 한다. 만약 대중 원자재 수입이 문제가 되면 대미 무역흑자의 핵심인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의 무역흑자도 사상누각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앞에 두고 상대를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국은 중국을 보는 눈을 냉정하게 가져야 한다. 흥분하면 사리 분별력을 잃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감정경제학이 아니고 실리경제학을 해야 한다.
탈중국이 “탈(脫)제조”인지, “탈(脫)시장”인지를 구분해야
“극중(克中)하고 싶다면 지중(知中)이 먼저다”. 지금 한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중국 상황과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농담이지만 최고의 중국전문가는 중국 딱 세번 가본 사람이라고 한다. 중국 세번 여행하고 나면 중국을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3년을 살아 보면 중국은 우리가 함부로 이겼다, 망했다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2018년 미·중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방세계는 중국의 “성장률이 높게 나오면 버블, 낮게 나오면 위기”라는 공식으로 중국을 본다. 한국 언론과 유튜브에도 중국 위기론 붕괴론이 넘쳐난다. 중국에서 살아본 적도,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중국어도 안되는 중국전문가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국과 전쟁 중인 미국의 시각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서로 따라하고, 클릭 수에 목숨 거는 속성 때문에 더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섬네일(마중그림)을 달기 때문에 당장 중국에서 큰일이 난 것 같이 얘기했지만 지난 5년만 되돌아봐도 간단히 답이 나온다.
병자호란 때 명분과 의리의 김상헌, 현실의 최명길의 판단이나 임진왜란 때 통신사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의 각기 다른 판단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역사에 답이 있다. 그러나 관리들의 오판이 문제가 아니라 그 오판의 결과를 고스란히 민초들이 몸으로 처절하게 감내해야 했다는 것이다.
중국에게 무시당하고 홀대당했으면 쓸개를 씹고 필승의 전략을 짜야지 중국과 전쟁 중인 미국의 정치적 레토릭이 강한 주장만 그대로 베껴 중국이 “위기다, 피크다, 망했다”는 얘기만 되뇌고 있으면 답이 없다.
외교는 의리와 실리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다.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다만 타이밍만 있을 뿐이다. 세계인구의 6분의 1, 세계경제의 6분의 1인 나라, 이젠 미국이 나서서도 맘대로 못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중국은 무시한다고 무시될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 한국, 중국의 실력을 냉정하게 보고 명분과 실리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정치에서 얘기하는 탈(脫)중국을 액면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탈중국이 “탈(脫)제조”인지, “탈(脫)시장”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인건비 커버를 못하는 제조 품목은 빨리 탈중국해야 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시장인 자동차, 전기차, 휴대폰, 명품과 소비재는 진(進)중국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