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무관 A씨는 4년 전 서울시 7급 공무원으로 입직하면서 카카오 전세 대출을 받아 동대문구에 1억원짜리 6평 전세를 구했다. 2년 후에는 2억1000만원에 영등포구 8평 전세로 이사했다. 서울시 전세 대출로는 모자라 본가 지원을 받아야만 했다. 전세에 살면서도 대출 이자 30만원에 관리비 20만원을 더해 매달 50만원씩 주거비로 쓰고 있다.
# 주무관 B씨는 최근 월세 60만원인 마포구 4평 원룸으로 이사했다. 더 좁아졌지만 이전에 살던 서대문구 6평 원룸은 3년 전 서울시 7급으로 입직하면서 급하게 구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주거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14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 저연차 공무원들은 주거비를 생활 부담 1순위로 꼽았다. 모아둔 목돈이 없다면 월세나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살아야 하는데, 매달 주거비로 월급에서 3분의 1이 날아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은 기본급 기준으로 177만800원, 7급 공무원 1호봉은 196만2300원이었다.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이보다 더 줄어든다.
MZ 공무원 이탈 급증···핵심 이유는 '낮은 보수'
어렵게 입직했다가 기본급과 기타 수당을 합쳐도 물가와 주거비에 허덕여 퇴사하는 저연차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재직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지난해 1만3566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6500명, 2020년 9009명, 2021년 1만426명, 2022년 1만3032명이다.
저연차 공무원이 이탈하는 주된 이유는 낮은 보수다. 한국행정연구원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5년 미만 공무원 2명 중 1명(54.6%)은 이직 의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직 의향 이유로는 77.4%가 낮은 보수를 꼽았다.
A씨는 "특별수당으로 보조하기보다 기본적으로 받는 월급이 물가 상승률도 못 쫒고 있는데 다른 처우 개선이 가능할까 싶다"며 "단순히 돈을 많이 벌자는 생각으로 공무원을 시작한 사람은 많이 없을 거 같다. 공직에 자부심을 갖고 명예로 일할 수 있도록 직원들 복지 개선에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무원 노조 "200만원으로 결혼·주거·육아···31만원 정액 인상해 달라"
특수지 근무수당 제안도 이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고심해 내놓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MZ 공무원 이탈 대책'을 묻는 기자 질문에 "(물가 수준·주거비에) 걸맞은 보수를 측정하고 인센티브 시스템이든, 평균적으로 (기본급을) 올리든 공무원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 달라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행안부에) 하고 있다"며 "조만간 행안부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연봉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고 입모았다. 서공노는 지난 4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청년 공무원들은 세후 200만원 남짓한 돈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집도 사야 한다"며 실질임금을 촉구했다.
공무원 노조 등 6개 단체도 지난 6일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박봉으로 청년 공무원, 교사가 떠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모였다"며 "지난 3년간 물가 인상률 대비 공무원 임금 인상률 차이분 6%, 내년 물가 전망치 2.1%를 반영한 31만3000원 정액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