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 피습 사건으로 인해 과거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테러 사례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이미 현직 대통령 4명이 임기 도중 암살당한 역사가 있고, 미수로 끝난 경우도 여러 차례다.
미국 역사에서 양 진영의 대립이 극으로 치달을 때마다 발생한 이런 비극은 이성적 대화를 촉진하는 경종을 울려왔다. 다만 현재 어느 때보다 양 진영의 대립이 심각한 가운데 미국 정치권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대통령 테러 사례 중 유명한 것은 단연 노예 해방으로 잘 알려진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으로, 그는 1865년 워싱턴DC의 한 극장에서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격에 사망했다. 이후 1881년에는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정신질환자에게,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은 무정부주의자에게 목숨을 잃었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사건은 1963년 존 F.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행진을 하던 도중 리하비 오즈월드에게 저격당해 숨진 일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 이외 정치인에 대한 테러도 빈번해지고 있다. 2017년 6월에는 야구 연습 중이던 하원 공화당 소속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가 총기 피습을 당해 중상을 입었고, 2020년에는 극우 무장단체원 13명이 민주당 소속 미시간주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의 납치를 모의하다가 체포됐다. 결정적으로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가 발생했다. 이듬해 11월에는 데이비드 드파페라는 남성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자택에 침입해 펠로시 전 의장의 남편을 망치로 공격하는 일을 자행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최근 정치적 반대 세력을 없애려는 미국의 극단적 이념을 가진 개인들로부터 기인한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결국 무정부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정치인 테러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선거 유세 도중 전직 해상자위대원인 야미가미가 사제 총기로 발사한 총탄에 맞아 숨졌고, 2021년 7월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침입자들의 총탄에 암살됐다. 올해 5월에는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지지자를 만나던 중 총을 맞고 회복 중이며, 지난 6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선거 운동 중에 한 남성으로부터 의문의 공격을 받는 등 정치인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1월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괴한의 칼에 목을 찔리는 사고를 당한 바 있다.
이 와중에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태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대결 정치를 완화할지도 주목된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피터 슈피겔 미국 지국장은 이날 칼럼을 통해 "미국은 이런 정치 폭력에 익숙하다"며 "미국 역사 전반에 걸쳐 극심한 이념적 대립이 발생할 때 이러한 폭력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할 때 정치 테러가 벌어지면, 양극단의 여론이 냉정을 되찾으면서 온건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 대신, 대화를 강조하는 정치를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바이든 캠프와 트럼프 캠프 간 비방과 악마화가 심각했던 만큼 쉽사리 대결 구도가 청산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인사들은 '테러 규탄'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복을 기원했다. 아울러 트럼프 비판에 총력을 기울여온 바이든 캠프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발송을 잠시 멈추고 TV 광고를 최대한 빨리 내릴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