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매각 과정에서 물밑 협상을 벌이던 BOE는 약 1조5000억원을 제시하며 '가격 후려치기'를 시도했으나, 최근 CSOT가 2조원에 달하는 인수 금액을 제시하면서 최종 판단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LCD 업체 간 인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매각가가 지속해서 높아지는 모양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은 월 30만장의 LCD 패널 생산능력(캐파)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에게 매력적인 매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BOE는 지난해 전 세계 LCD 패널 생산능력의 27.2%를 차지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광저우 공장을 인수하면 점유율이 29.6%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BOE는 2003년 하이닉스의 LCD 부문인 하이디스 인수로 얻은 생산 기술 토대로 지속해서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전 세계 LCD 패널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OLED 패널 사업에서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며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제조사를 맹추격하고 있다.
TCL의 자회사인 CSOT는 전 세계 LCD 패널 점유율 2위(17.7%)로 BOE를 쫓고 있다. 광저우 공장을 인수하면 20%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번 인수전에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CSOT는 지난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내놓은 중국 쑤저우 공장을 매입하면서 캐파를 확장한 만큼 BOE 입장에서도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CSOT는 현재 삼성전자에 LCD 패널 물량 가운데 일부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서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TV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인 선전MTC와 디스플레이 제조사 HKC 등도 광저우 공장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CSOT만큼 높은 가격을 제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조원 이상 매각 금액을 놓고 BOE와 CSOT 2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이번 매각이 올 하반기 내에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실적개선과 더불어 흑자전환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사업 등의 성과로 올 하반기 3년 만에 유의미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 하반기 영업이익은 4148억원으로 추정된다"며 2021년 하반기 영업이익 1조원 이후 3년 만에 유의미한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소 2조원 이상의 광저우 공장 매각 금액이 들어오면 수익성 높은 주력 상품인 OLED 패널 관련 투자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BOE·비전옥스 등 국내외 경쟁사의 OLED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8.6세대 IT용 OLED 라인 투자 관련 구체적 계획을 조만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3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8.6세대 IT용 OLED 라인이 완공되면 LG디스플레이는 연 1000만대 이상의 IT용 OLED 패널 생산능력 갖추며 애플 아이패드용 탠덤(2중) OLED 패널 경쟁에서 우위에 설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공시한 바와 같이) 중국 광저우 공장 등 LCD 자산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에 있으나, 매각과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나 결정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