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지 공략을 위한 통상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후보의 통상정책 기조가 정반대 성향을 보이는 만큼 대선 이후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내 기업들은 또 현지 대관 조직을 강화하면서 백악관과 의회에 대한 로비도 강화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루거센터의 폴 공 선임연구원을 초청해 미국 대선 이후 통상정책 변화를 살피는 시간을 마련했다.
폴 연구원은 2004년 부시 행정부부터 2013년 오바마 행정부까지 약 20년 동안 미국 상원에서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미국 의회 외교를 좌우했던 거물 정치인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의 정무 보좌관,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까지 오른 척 헤이글 상원의원의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내 상업·가정용 태양광 점유율 1위로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IRA 보조금 철회는 물론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미국 공부에 나선 것이다.
한화그룹은 또 최근 미국 현지 대관 조직인 코퍼레이트 어페어(CA)팀을 새로 만들고,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대관 총괄로 뽑았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해외 대관 조직인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GAP)를 ‘팀’에서 ‘실’로 격상하고 지난해 말 김원경 GAP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외교관 출신 글로벌 대외협력 전문가 영입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영입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장재량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 과장을 글로벌정책전략실 상무로 영입했다. 장 상무는 지난해까지 산업부에서 국제통상 분야 수석전문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특히 산업부 재직 시절 다양한 통상 분쟁·교섭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도 대관 통합 조직 ‘SK아메리카스’를 신설했고 LG그룹은 글로벌 대응 총괄 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센터’에서 ‘원’으로 격상했다. 포스코그룹은 미주법인인 포스코아메리카 사무소를 애틀랜타에서 워싱턴DC로 이전하고 현지 대관 인력을 5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국내 기업들은 올해 들어 대미 로비 금액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미국 로비 금액은 219만5000달러로 전년 동기(169만5000달러) 대비 29.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화그룹 로비 금액은 29만 달러에서 104만 달러로 258.62%, LG전자는 5만 달러에서 15만 달러로 200%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정권교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교섭력 강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