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합병 관련 규제를 완화한 지 1년 지났지만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연체율과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업계는 인수합병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 영업 구역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저축은행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한 뒤 인수합병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인수합병을 허용해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 저축은행까지 소유·지배할 수 있게 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 평균 대출 연체율은 8.8%로 지난해 같은 분기(5.1%) 대비 3.7%포인트 악화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1분기에도 1500억원 넘는 순손실을 내며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최근 높은 연체율과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또한 진행되고 있다"며 "인수합병에 관심이 있는 곳이라도 지금은 관망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합병 대상인 저축은행으로서도 지금 팔리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실제 인수합병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할 당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와 서민금융 기능 강화를 목표로 했다. 이에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 영업 구역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일 저축은행 인수합병 활성화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고 "상대적으로 부진한 지방경제, 비대면 금융 증가 등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해 현재 4개 권역으로 구분되는 비수도권 영업구역 일부를 통합해 광역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역 금융기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서민금융상품 취급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렇게 하면 수도권 쏠림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자산 규모가 확대된 저축은행은 부실 발생 시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내부통제 규제 강화와 병행할 필요도 있다"며 "우회 인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대주주 적격성 유지 수시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