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 기업의 부채 의존도 개선과 자본 조달 효율화, 주주환원 확대 계기가 될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 후보 지명 소감과 함께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금투세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말 기재부가 발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금투세 폐지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심의되는 과정에 관계당국 수장으로서 '측면 지원'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김 후보자는 “기재부 1차관으로 있을 때 금투세를 담당했다”며 “자본시장 활성화, 기업과 국민이 상생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금투세를 도입하는 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기재부 중심으로 (관계당국이) 협의할 것"이라며 "취임한 후 (금융위원장으로서) 도울 게 있다면 돕겠다"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은 금투세 폐지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올 초부터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 강화 방침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는 간담회에서 금융시장 4대 리스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가계부채 전반 △제2금융권 건전성 문제를 짚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해 기업들이 부채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 밸류업 정책도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그 과실을 주주들에게 나눠 기업과 소액주주와 같이 성장하는 목적으로 추진한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나 기업들이 자본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를 독려할 인센티브가 약하다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을 더 해주고, 주식 소각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레스트(이해관계)를 맞춰 놨다"며 "(밸류업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 일환으로 발표한 법인세 세액 공제,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세율 인하, 분리과세 등 세제 개편안이 실현되면 기업과 주주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서울대 경제학과 1년 선후배 사이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정책 공조가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금융위가 위원회 산하기관인 금감원과 자본시장을 관할하는 체제에서 이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의 입지가 과거보다 커져 금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 후보자는 “대학서 (이복현 원장을) 잘 몰랐고 나중에 업무적으로 알게 됐다”면서도 “차관 재직 당시 기관 내 갈등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자연스레 업무 협의도 해왔기 때문에 아마도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1년생인 김 후보자는 만 53세로, 제4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보다 두 살 더 젊은 최연소 위원장이 될 수 있다. 이복현 원장도 1972년생으로 2022년 6월 취임 당시 만 50세로 최연소 금감원장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김 후보자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공매도 전면 금지와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 불공정 거래 처벌 강화 등 이 원장이 강조했던 시장 감독·제재 관련 현안에 금융위가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