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하반기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다수 통계 관련 기관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시장의 지표들이 모두 상승 전망을 가리키면서다. 전셋값 상승, 공급부족, 금리 인하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 아파트 매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2020~2021년과 같은 집값 상승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거시 경제 상황이 아직 좋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집값 바닥 찍었나...주택 시장 지표 '상승세' 가리킨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8로, 전월보다 7포인트(p) 올랐다. 이는 작년 10월(108) 이후 최고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후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하락할 것으로 응답한 가구 수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집값 선행지표들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집값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3.9로 전달(90.5)보다 3.4p 올랐다. 2021년 11월(98.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 수치는 0에 가까울수록 아파트 공급이, 200에 가까울수록 아파트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90.4로 지난해 9월(9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전셋값도 1년 넘게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0% 오르며 5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상승 전환된 뒤 1년째 상승세가 이어져 역대 세 번째로 긴 상승 기간을 기록 중이다.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주택금융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62.8로 전분기(64.6)보다 2.7p 떨어졌다.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89.3으로 정점을 찍고 6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수치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부담이 가중되고, 낮을수록 부담이 완화된다는 의미다.
"주택 시장 장기적으로 우상향"..."경기 불확실성 여전해 지켜봐야"
이처럼 각종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구기관들도 하반기 집값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7일 연 세미나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공급 부족 등으로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광역시의 아파트 가격도 강보합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은 "대출 금리가 예전보다 안정된 상황에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방도 매매가격 하락 폭을 좁혀가고 서울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무조건적인 상승세를 경계하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악재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서울,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하반기 보합을 기록하고 지방은 2.5% 하락할 것으로 봤다. 연구원은 거시경제 불안과 함께 금리인하 효과가 이미 집값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봤다.
오는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된다는 점도 집값 하락의 배경으로 꼽았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시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부동산의 경우 대출과 상당히 밀접한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이 줄어드는 셈이다.
김성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최근에 나타난 매매가 상승세도 중요하지만, 집값 하락을 이끌었던 거시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절대적 가격 수준이 부담스럽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향조정폭이 크지 않아 거래 활성화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