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축소’와 ‘폐업’을 선택하는 소상공인들이 급증할 전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이 무산에 이어 4일 열리는 제8차 전원회의가 ‘반쪽’ 회의로 전락해 최저임금 인상 수준 논의가 시작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전년보다 2.5% 올랐다. 지난해 최종안으로 노동계는 1만원, 경영계는 9860원을 각각 요구했는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표결을 거쳐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최임위 파행보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불발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여부에 따라 소상공인 ‘고용 축소’와 ‘폐업’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최저임금 실태조사’를 보면, 소상공인 사업체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CAGR)은 0.9%에 그친 반면, 평균 인건비는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보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신규채용축소(59.0%), 기존 인력감원(47.4%), '기존인력의 근로시간 단축(42.3%) 등의 순으로 고용 감축 관련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강원도 원주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 때문에 운영 중인 편의점 연장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라며 “인건비가 무서워 사람을 쓸 엄두를 못 내고 (편의점 운영에) 24시간 가족들이 매달려 있다. 더 이상 가족들을 힘들게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들어 폐업을 택하는 소상공인은 늘어나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노란우산공제회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 및 액수’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금액은 6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3억원(18.5%) 증가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안 나와도 된다고 말을 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이 더 올라 1만원을 넘어간다면 가족들끼리 영업을 하거나 폐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최임위 파행...개편 목소리 수면위로
최저임금제도를 규정하는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목적’으로 1988년 첫 시행됐다. 이후 지난해까지 35년간 합의 형식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된 것은 일곱 차례뿐이다.
최임위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은 임금수준을 놓고 늘 마찰을 빚었다. 결국 공익위원 9명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합의제 기구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는 의미다. 정부 일각에서 "노사 간 대리인이 소모적으로 협상하는 방식을 벗어나,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외에도 "시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낡은 최임위 틀을 손볼 시점이 됐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한편 노동계는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노동자 실수령액이 월평균 185만원으로 비혼 단신 노동자의 월 실태 생계비 246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계는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업종별 구분 무산으로 최저임금 동결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