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상승한 161.6엔대에 머물렀다. 올 들어 줄곧 오르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차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160엔이 뚫린 데 이어 지난 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161.72엔까지 올랐다. 1986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하반기도 '슈퍼 엔저' 지속 우려
미국과 금리 격차를 줄이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일본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터라 통화정책 운용 폭이 좁다. 물가와 임금은 올랐지만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금리 인상에 나서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달하는 점도 장애물이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도 불어나기 때문이다.
한은 도쿄사무소는 "올 3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정상화 결정에도 완화적 금융 상황 지속 전망으로 오히려 엔·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금리 차 확대 외에도 소득수지 중심으로 경상수지 흑자 구조 변화, 소액 투자 비과세 제도에 따른 해외 주식 투자 증가 등을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하며 "이 같은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엔고로 전환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기업 '한숨'
특히 일본과 한국이 수출 경쟁을 벌이는 석유, 자동차, 선박 등 품목에서 두드러진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세계 시장에서 한·일 수출 경합도는 0.458인데 석유제품 경합도는 0.827에 달한다. 자동차·부품(0.658), 선박(0.653), 기계류(0.576) 등도 높은 편이다. 수출 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엔화 동조 현상으로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며 우리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엔저와 더불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슈퍼 달러를 부추기는 이벤트까지 가세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을 다시 돌파할 수도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추후 미국 금리의 높은 변동성이 엔화에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 절하 폭이 더 커지면 일본 기업들이 수익 증대를 바탕으로 제품 단가 인하, 투자 확대, 신제품 개발 등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기업들도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등 수출 지원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