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차모씨(68)가 모는 차량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진 후 해당 도로 문제, 부주의 운전, 급발진 등 여러 사고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차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다. 평소 승객 약 20명이 탑승하는 9m 길이의 중형버스를 운행했으며, 근무하는 동안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현장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18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역주행하는 차량은 평소에도 많았다. 이 길에 있는 한 음식점 직원은 "그동안 길을 잘못 들어 역주행하는 차량을 보는 게 다반사였다. 하루에 적어도 4~5회는 목격하고, 도로에서 후진하거나 아예 빨리 지나가려는 차량을 평소에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도 "역주행하는 차량을 그동안 많이 봐왔다. 과거에는 이 길의 한 차선은 시청역 쪽(세종대로)으로 나갈 수 있게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도로는 2005년 보행로개선사업으로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뀐 바 있다.
차씨는 사고 후 경찰이 실시한 음주측정과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약물 문제가 아니라면 역주행을 한 긴급 상황에 당황한 운전자가 돌발적 행동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매일경제에 "역주행을 유발하거나 운전자가 혼란을 느낄 만한 도로들이 가끔씩 보인다"며 "(가해 운전자가) 역주행을 하게 된 긴급 상황에 놀라서 돌발적인 행동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씨가 역주행 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고 뒤 확인해본 결과 차씨 차량의 브레이크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역주행이 돌발상황이라고는 해도 직업 운전사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을 가능성은 떨어진다.
차씨는 사고 후 차량 급발진을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차씨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차씨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가 평소보다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운전을 오래 했고 현직 시내버스 기사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고 말했다.
반면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 대부분은 급발진이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귀갓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급발진할 때는 차량이 무언가를 들이받을 때까지 달렸어야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은 정상적으로 멈춰섰다"고 봤다.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봐도 급발진으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CCTV 영상에는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이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췄는데, 일반적으로 급발진 차량이 도로 위 가드레일 등 구조물과 부딪혀 마찰력으로 감속하는 것과는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운전자가) 조사관들에게 급발진에 대해 공식 진술하진 않았다"며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