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은 2일 첫 공식 만남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당과 나라를 바꾸는 비전'을 주제로 진행된 발표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변화', 원희룡 후보는 '당정 신뢰', 나경원 후보는 '원내 인사', 윤상현 후보는 '보수 혁명'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약 3주간의 유세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이 '한동훈 독주' 분위기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비전발표회를 열고 당대표 후보들의 정견을 청취했다. 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도 각 후보들은 저마다의 당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차기 당권 적임자를 자처했다.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되는 원 후보는 당정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보수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여당이다.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여당"이라며 "신뢰에 기반한 생산적인 당정 관계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당 운영 '100일 계획'을 언급한 원 후보는 △민생·물가 문제 해결 △당원권 확대 △대정부 소통 등을 공약하며 내부 표심을 공략했다.
잇따른 연대설을 거절하며 독자노선을 강화한 나 후보는 '5선', '수도권', '원내' 키워드를 차례로 나열하며 "이제 전장은 국회다. 국회를 모르면 의회 독재에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유력 주자인 한·원 후보를 겨냥해서는 '양비론'을 꺼냈다. 나 후보는 "대통령과 각 세우는 당대표, 대통령에 빚 갚아야 하는 당대표는 둘 다 안 된다"며 강인한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5선 중진의 윤 후보는 3대 혁신안으로 보수 혁명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후보는 "(총선 패배)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 당 중앙을 폭파시키겠다는 절절한 심정으로 창조적인 파괴, 전면적인 대혁신에 나서야 한다"며 자신의 △가치정당 △민생정당 △혁신정당 계획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 조건부 수용 뜻을 드러낸 데 대해 후보들 간 장외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원 후보가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특검 추진에) 앞장서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경험과 전략의 부재"라고 포문을 열자, 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무지막지한 특검법을 막기 위한 어떤 대안이 있는지, 그냥 지켜보자는 건지 방안을 오히려 묻고 싶다. 여러 차례 물었는데 답을 못 한다"고 반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