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정비사업 현장뿐 아니라 공공 인프라 건설현장 곳곳에서 공사를 멈추고 있다. 인건비 외에 최근 원자잿값이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를 두고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 레미콘 운송노동조합(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이 무기한 휴업에 돌입하는 등 공사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설공사 물가변동 지수 적용 실태 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대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건설공사 물가변동 지수 적용 실태 분석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재료비·노무비 등 공사비 요소에 대한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실제 공사비 변동과 밀접하다. 건설투자 GDP 디플레이터는 총산출 외에 부대비용(취득세‧중개료 등), 재고 등 건설 전·후방을 아우르는 포괄적 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GDP디플레이터와 건설공사비지수 적용 실태 및 산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GDP디플레이터 및 건설공사비지수 중 더 낮은 지수를 적용하는 방식에 대한 대안 등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사비 물가변동 지수 적용과 관련해 연구에 착수한 것은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 문제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154.09로, 4년 전인 2020년 3월(118.47)보다 35.62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백분율로는 약 30%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이처럼 공사비가 급등하자 각종 공사 현장에서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공사 중단을 앞두고 있다. 공사비 상승에 일반분양 일정과 공사기간 연장 등을 두고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조합 측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인 '이촌 르엘'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이며, 2020년 수주 당시 3.3㎡당 공사비가 545만원이었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방배삼익)' 재건축 현장도 공사비 갈등을 겪다 최근 754만원에 공사비 협의를 마쳤다.
공공공사 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착공식을 마친 GTX-C 노선의 경우 5개월째 착공이 늦춰지고 있다. GTX-A 노선의 핵심인 삼성역 개통도 요원하다. A노선의 핵심 정차역인 서울 삼성역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일부 사업 구간이 공사비가 낮다는 이유로 5차례나 시공사를 정하는 데 실패하면서다. '위례신사선' 사업도 서울시가 공사비 갈등을 겪던 GS건설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지난달 취소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올해 1월 '정비사업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을 활용하도록 해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현실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표준계약서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 사항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 제도"라며 "건설공사는 사업장마다 다른 특징이나 현황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특약 조건 등을 수정·추가한 변형양식을 사용하는 식의 유연한 제도 개선을 통해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