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악재를 겪어 유럽 내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첫 대선 후보자 토론 결과 '고령 리스크'를 증폭시키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기를 뺏긴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안보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2기 현실화에 더해 30일 1차 조기 총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이뤄지면 유럽과 미국의 동맹이 더욱 흔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의 외교 관계자와 정치인들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커다란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9일 CNN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유럽, 중동, 아시아 외교관 6명이 모두 바이든이 패했다는 평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날 폴란드 외무장관 등은 소셜미디어 엑스(X) 등을 통해 미국 민주당의 후보 교체를 충고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30일 조기 총선 첫날을 치른다. 프랑스 본토와 해외령 전역의 577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선거로 배출된 다수당은 총리를 지명한다. 선거구별로 표가 갈려 당선권에 못 들면 7월 7일 2차 투표를 한다. 최근 EU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휩쓴 여파가 조기 총선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까지의 여론조사상 RN이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소속 르네상스당이 속한 앙상블은 3위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프랑스의 '극우 약진'의 결과 유럽 내 동맹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5일 국빈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조기 총선을 치를 것이라 예고했다고 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 측은 마크롱의 도전적 판단에 놀라움을 드러냈으나, 최근 저조한 지지율을 보고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극우 약진 시 프랑스마저 유럽 내 동맹 결속에 힘을 쓰지 못할 것을 미국 측은 우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우 전쟁에 파병 카드를 거론하는 등 유럽 내 동맹 결속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총선 패배로 극우 정당에 의회 과반을 뺏긴다면 향후 안보 지원 문제에 있어 '예산삭감' 등의 장애물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우려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국장을 지낸 찰스 쿱찬은 독일의 연합정부도 결속력이 약해 "약화한 프랑스 정부는 EU 심장부에서 일종의 정치적 마비를 의미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의회가 극우 정당에 넘어간다면 마크롱의 정책에도 상당한 제한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마리 르펜 RN 대표는 총선 승리 후 마크롱의 유럽 안보·국방 지원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현지 일간지 르 텔레그램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대외정책 상당수는 대통령이 정하지만, 의회는 여러 방식으로 퇴짜를 놓을 수 있다. 예컨대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안을 의결한다면, 의회에서 이것을 거부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프랑스 총선 결과는 당장 대외정책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마크롱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전히 3년의 임기가 남아있어 대외정책의 결정권을 지녔다. 현재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대선이 아님을 다행히 여기고 있다며 "대선이었다면 사람들이 훨씬 더 긴장했을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