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우리금융그룹이 해당 본입찰을 앞두고 돌연 동양·ABL생명 인수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임종룡 회장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금융권에선 롯데손보의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로 꼽혀왔던 만큼, 동양·ABL생명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종합금융그룹'을 그리는 임 회장이 추후 생명·손해보험 라인업을 모두 구축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동양·ABL생명 인수를 공식화하면서도 기존 예비입찰에 참여한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 또한 열어둔 상태다. 우리금융 측은 최근 공식입장문을 통해 "동양·ABL생명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면서도 "롯데손보 공개매각 예비입찰에도 참여했으며 실사결과를 토대로 최종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험권에선 롯데손보 실사 후 동양·ABL생명과 MOU를 체결한 점을 놓고 생명보험사 인수 가능성에 힘을 더 싣고 있다. 그간 시장에선 롯데손보 매각가를 2~3조원으로 책정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금융의 여유자금이 1조8000억원에 불과, 우리금융의 롯데손보 인수 완주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견해가 존재했다. 특히나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에 과도한 가격 지불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번 강조해왔다. 반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시장에서 그보다 낮은 매각가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임 회장이 장기적 시각에서 생명·손해보험사를 모두 인수키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손보 내부 속사정을 들여다본 만큼, 비교적 가격이 낮은 동양·ABL생명을 먼저 취한 뒤 추후 롯데손보 인수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손보와 동양생명은 지난달 '설계사들의 생명·손해보험 상품 교차 판매를 위한 업무 제휴'를 맺는 등 사업 연계성을 꾸려나가기도 용이한 상황이다.
생보 업황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어려워지면서 언젠가는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도 필요로 할 것이란 이유도 우리금융이 양측 인수를 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새 회계제도에서는 보장성보험 판매가 수익성에 직결된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생보사들의 대표적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종합금융그룹'을 그리는 상황에서 최근 업황이 좋은 손보사에 대한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며 "동양·ABL생명을 먼저 인수하더라도 추후 롯데손보 등 매물로 나온 손보사들의 동향 체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