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기 위해 서방이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수출이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수출 실적 호조는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분을 상쇄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출 실적 호조를 근거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5월 전망치 4.9%에서 5%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가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 ‘5% 안팎’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2·3대 무역 대상국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수요가 증가한 게 수출 실적이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등의 소비 수요는 중국 소비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원자재, 부품 등 중간재 수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 현지 증권사들을 인용해 “미국의 재고 보충 사이클이 돌아오면서 올해 중국 소비재 수출 경기가 좋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5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니트 및 의류 부자재가 10.8%, 가구·침구·조명용품이 4.5% 늘었다.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드리미 관계자는 차이신에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먼저 재고 보충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회사 매출 비중은 중국 국내와 해외가 각각 절반씩 차지한다”고 말했다. 드리미는 1분기 독일·싱가포르·이탈리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서방의 추가 관세 고려 대상인 태양광전지와 전기차 수출량도 큰 폭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5월 중국 태양광전지와 전기차(하이브리드 제외) 수출량은 5억9000만개, 15만9800대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24.1%, 15.9% 늘었다. 반면 수출액은 태양광 전기가 38.7%, 전기차는 8% 줄었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출량을 늘린 저가 수출 공세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서방 전문가들은 수출과 달리 중국의 소매판매와 소비자·생산자 물가 등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고 있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와 고용 부진 등이 소비 지출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이뱅크증권의 에리카 테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이 상승 폭은 소비 부진으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 지연을 상쇄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23일자 보고서에서 자사 고객들이 향후 중국의 수출 성장 전망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중국) 국내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공급 측면 확장의 지속 가능성과 무역 마찰의 위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