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HD현대마린솔루션이 물적분할을 통한 설립 법인이라는 반감을 딛고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등판하는 대어급 예비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금 불붙고 있는데요. 오는 하반기에는 케이뱅크가 그 후발 주자로 바통을 넘겨받을 전망입니다. 그러면서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 상장사가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우선 케이뱅크의 상장 도전기는 이번이 두번째인데요. 지난 2022년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6개월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공모 절차 완주 대신 중도 하차를 선택했죠. 이와 관련해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시장 환경이 상장 연기를 선택한 원인이 됐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케이뱅크도 이 같은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는데요. 시장에서 평가한 시가총액은 기존 8조원에서 4조원으로 반토막 나기도 했죠.
여기에 2021년 7월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은 바 있는데요. 이때 최대주주인 BC카드는 재무적투자자(FI)와 케이뱅크 지분에 대한 '풋옵션'과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특히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못할 경우 7250억원만큼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게 동반매각청구권의 주요 내용입니다.
동반매각청구권에 명시된 상장 시점이 다가오면서 케이뱅크 이사회도 연초부터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안에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장예비심사 신청 후 상장까지 통상 6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연내 증시 입성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뱅크의 투자 포인트로 여수신 역량을 꼽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기 때문에 예금과 대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지난 1분기 집계된 케이뱅크의 총 여신과 예금은 전 분기 대비 각각 6.6%, 25.7% 증가한 14조8000억원, 24.0조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은 1357억원, 147억원으로 8.4%, 48.5% 증가하는 등 실적을 통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존재감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고객 수도 최근 증가세인데요. 2021년 말 717만명에서 올해 1분기에는 1033만명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월간활성이용자(MAU)수도 535만명을 기록하며 462만명의 신한지주를 따돌리고 660만명의 하나금융을 추격하는 등 기존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죠.
다만, 이렇게 투자 포인트가 확실한 만큼 부담스러운 요소들도 분명 존재하는데요. 바로 공모가 산정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카카오뱅크의 그늘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25.0% 가까이 하락하며 줄곧 부진한 모습이고 지난 2021년 8월 상장 후 70.0%가량 떨어지는 등 케이뱅크 입장에선 비우호적인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비상장 시장에서 케이뱅크의 시가총액이 6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고 증권가에서는 상장 후 시총이 5조~8조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지난달 리포트를 발간한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경우 상장 후 3년간 높은 여신 성장이 예상되는 바 카카오뱅크의 역사적 밸류에이션 평균인 주가순자산비율(PBR) 2.7배까지도 가치 부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며 "이를 반영할 경우 기업가치는 5조40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청산 가치의 3배에 육박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제공은 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케이뱅크가 애초 원하는 몸값 수준인 7조원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케이뱅크가 상장 후 과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시총을 기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