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식 기우제'로 알려진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는 이미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다. 비가 올 때까지 행사를 지속하기에 항상 성공한다는 인디언식 기우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행위를 반복한다는 황당한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문명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거의 유사한 행위가 문명사회 한복판에서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최근 매월 재생산되는 건설업계 위기설도 인디언식 기우제와 유사한 흐름으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4월 위기설'로 매우 시끄러웠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주목을 받고 4월 총선 이후 지방에 소재한 건설사가 줄도산하면서 가공할 수준의 위기가 시작된다는 것이 4월 위기설의 핵심이었다.
곧이어 국내 대형 10대 건설사도 이 같은 위기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가 커졌다. 일부 지라시에서는 위험 건설사들이 다수 지목됐으며, 이에 해당 건설사들은 공식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야 했다. 한 건설사에서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유가 4월 위기설과 연관이 있다는 낭설까지 퍼졌다. 위기설은 점차 건설업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우려와 달리 지난 4월에 큰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위기설은 낭설이었다는 판정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5월, 6월 등 앞자리만 바뀌는 ‘N월 위기설’로 재생산되고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면 조만간 '7월 위기설'이 건설업계 안팎에서 떠돌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위기설이 아예 근거가 없는 뜬소문만은 아니다. 광주·전남 대표 건설사로 꼽히던 한국건설(시공능력평가 99위)도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 남흥건설(307위)과 익수종합건설(344위)도 부도 처리됐다.
지방 이외에 수도권에서도 인천에 소재한 영동건설(176위)과 선원건설 등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 눈에 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건설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위기설이 예측한 건설사의 줄도산에 따른 가공할 위기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또 최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PF 옥석 가리기 정책을 감안하면 향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부터 5000여 개 PF 사업장을 평가해 부실 우려 사업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우량 사업장에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평가를 통해 부실 우려가 있다고 판정된 5~10% 규모의 사업장은 구조조정으로 부도·폐업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질서한 '줄도산'의 시발점이 되기보다는, 사업성이 매우 뒤떨어지는 사업장을 버리고 나머지를 살리는 '옥석 가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반복되는 위기설로 건설업계 전체가 위기에 놓인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기설이 한창 주목을 받았던 지난 4월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76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3개월 전인 올해 1월 건설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 규모인 4775억원에 비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월 이후에도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리가 매우 높기도 하지만 괜히 나섰다가 회사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업계 전반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면 우량한 건설사도 타격을 받아 업계 전체가 기형적으로 역성장할 수밖에 없다.
근거가 확실하고 시의적절한 위기설은 정부와 업계의 대응을 촉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 4월 위기설도 정부의 여러 대책을 이끌어 냈고, 건설사의 건전성 개선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4월에 실현되지 않았다면 5월에, 6월에 발생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위기설은 인디언식 기우제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망할 때까지 위기설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실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인간의 의식주와 직결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위기설의 무한 재생산으로 자기 파멸적인 예측을 실현하는 데 일조하기보다는, 당초 주목받았던 4월 위기설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리스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대응할 때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문명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거의 유사한 행위가 문명사회 한복판에서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최근 매월 재생산되는 건설업계 위기설도 인디언식 기우제와 유사한 흐름으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4월 위기설'로 매우 시끄러웠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주목을 받고 4월 총선 이후 지방에 소재한 건설사가 줄도산하면서 가공할 수준의 위기가 시작된다는 것이 4월 위기설의 핵심이었다.
곧이어 국내 대형 10대 건설사도 이 같은 위기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가 커졌다. 일부 지라시에서는 위험 건설사들이 다수 지목됐으며, 이에 해당 건설사들은 공식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야 했다. 한 건설사에서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유가 4월 위기설과 연관이 있다는 낭설까지 퍼졌다. 위기설은 점차 건설업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됐다.
물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위기설이 아예 근거가 없는 뜬소문만은 아니다. 광주·전남 대표 건설사로 꼽히던 한국건설(시공능력평가 99위)도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 남흥건설(307위)과 익수종합건설(344위)도 부도 처리됐다.
지방 이외에 수도권에서도 인천에 소재한 영동건설(176위)과 선원건설 등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 눈에 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건설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위기설이 예측한 건설사의 줄도산에 따른 가공할 위기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또 최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PF 옥석 가리기 정책을 감안하면 향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부터 5000여 개 PF 사업장을 평가해 부실 우려 사업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우량 사업장에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평가를 통해 부실 우려가 있다고 판정된 5~10% 규모의 사업장은 구조조정으로 부도·폐업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질서한 '줄도산'의 시발점이 되기보다는, 사업성이 매우 뒤떨어지는 사업장을 버리고 나머지를 살리는 '옥석 가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반복되는 위기설로 건설업계 전체가 위기에 놓인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기설이 한창 주목을 받았던 지난 4월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76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3개월 전인 올해 1월 건설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 규모인 4775억원에 비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월 이후에도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리가 매우 높기도 하지만 괜히 나섰다가 회사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업계 전반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면 우량한 건설사도 타격을 받아 업계 전체가 기형적으로 역성장할 수밖에 없다.
근거가 확실하고 시의적절한 위기설은 정부와 업계의 대응을 촉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 4월 위기설도 정부의 여러 대책을 이끌어 냈고, 건설사의 건전성 개선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4월에 실현되지 않았다면 5월에, 6월에 발생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위기설은 인디언식 기우제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망할 때까지 위기설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실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인간의 의식주와 직결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위기설의 무한 재생산으로 자기 파멸적인 예측을 실현하는 데 일조하기보다는, 당초 주목받았던 4월 위기설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리스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대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