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이 업계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사이 주요국들이 이미 도입을 완료하고 제재에 착수하거나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입법 논의가 지연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다만 주요국 입법 취지가 소비자 보호와 더불어 해외 빅테크 견제와 자국 플랫폼 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균형 잡힌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플은 올 3월부터 유럽 시장에 한해서만 아이폰용 앱을 자체 앱스토어 외에 다른 앱마켓에서 내려 받거나 결제 시 구글페이와 같이 다른 결제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앱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책정되는 수수료 30%도 20%까지 낮췄다.
앞서 EU 경쟁당국이 자사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사고팔 수 있게 한 애플 측 행위를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해 과징금을 18억 유로, 우리 돈으로 2조7000억원 규모 부과할 뜻을 밝히자 애플이 자진 시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이 같은 조치에도 EU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EU는 DMA 규정에 따라 지난해 9월 애플을 비롯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게이트 키퍼'로 규정했다.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기본 기능을 경쟁 기기와 생태계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상호 운용성 요구'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총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물게 된다.
올해 3월부터는 이들 게이트 키퍼에 적용되는 의무 규정이 발동하면서 애플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된 상태다. EU는 애플이 개발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앱스토어 외부로 이용자를 유도하도록 허용하는 DMA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기소가 이뤄지면 DMA 위반으로 기소되는 첫 빅테크 기업이 된다.
EU 제재에 자세를 낮춘 애플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에 해당하는 조치다. 국내에서 애플은 여전히 30%에 해당하는 앱스토어 수수료율과 자체 결제시스템 이용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 DMA와 같이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 일본 등은 관련 법안 입법을 마무리하면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영국에서는 DMA와 유사한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 법안(DMCC)'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올 연말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도 이달 1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대형 IT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을 가결해 통과시켰다. 애플, 구글과 같은 업체들이 자사 앱스토어에서 다른 기업의 앱 제공을 방해하거나 자사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며 2025년 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