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하계 연례회의가 25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개막한다. 중국과 서방 간 무역 갈등, 부동산 시장 위기, 내수 부진, 위안화 약세 등으로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중국 2인자' 리창 총리가 투자 유치를 위한 조치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 열리는 중국 제20기 당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발표될 경제 정책 방향도 엿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스위스 다보스포럼과 달리 하계 다보스포럼은 신흥국 기업인들이 주로 참석한다. 올해 포럼에는 리 총리를 비롯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팜민찐 베트남 총리 등 80여 개국 정·관계 인사와 경제계·학계·언론계 대표 1600여 명이 참석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한국 기업인 최초로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한다.
오는 27일까지 사흘간 ‘성장을 위한 차세대 프런티어(Next Frontiers for Growth)’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 기간에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중국과 세계 △인공지능(AI) 시대의 기업가 정신 △새로운 산업을 위한 프런티어 △인적 투자 △기후·자연·에너지의 상호 연결 등 6가지 주요 주제하에 200여 회 세션이 열린다.
그간 중국에서는 총리가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 당국의 대외 개방 방침 등 경제 정책에 관해 설명했다. 올해 역시 리 총리가 개막식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지난해 취임 후 처음으로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리 총리는 당시 기조연설에서 중국 경제 둔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보다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추가 경기 부양책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에도 중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우려가 여전한 만큼 리 총리는 이번에도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외 개방 기조를 내세우며 투자를 적극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3중전회에서 논의될 경제 정책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중전회는 향후 5~10년간 중국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며 5년 동안 7번 열리는 중앙위 전체회의(중전회)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로 꼽힌다.
현재 중국 경제는 내수 회복 부진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중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28.2% 급감했다. 또한 지난주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약 161억 위안(약 3조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판장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국제사(司·국) 사장(국장급)은 “이번 포럼을 통해 중국 경제·사회 발전 성과와 수준 높은 대외 개방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태도를 국제사회에 보여줄 것“이라며 ”‘중국식 현대화’가 가져온 기회를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잇따라 전기차·배터리·태양광패널 등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지적하며 대중국 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견제구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앞서 이달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에 달하는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22일 정산제 발개위 주임은 베이징에서 열린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실상 관세 보복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