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엔저에 힘입어 올해 초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일본 증시마저 정체됐다.
24일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값은 159.8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장 중 한때 159.9엔까지 엔화 가치가 추락하는 등 4월 말 이후 2개월 만에 160엔선을 다시 뚫을 기세다.
일본 외환 당국은 24시간 내내 통화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시장에 경고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이면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과도한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강세가 계속되면서 엔화 약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 6월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글로벌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 미 재무부가 최근 일본을 환율관찰국으로 재지정한 점도 엔화 약세에 불을 붙였다.
엔저를 타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일본 증시도 정체됐다. 연초만 해도 엔저가 수출 관련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금은 엔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일본 경제를 흔들 것이란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엔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증시 고점론도 나온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 14일까지 4주 연속 일본 주식을 매도했다. 6월 14일 마감 주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판 일본 주식만 2500억엔(약 2조2000억원)어치에 달한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3월 22일 4만1000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나 이후 5.6%나 하락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와 미국 S&P500 지수가 이 기간 각각 1%, 4.4% 오른 것과 대비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실시한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일본 증시가 정점을 찍었다고 답했다.
글로벌 투자사 애버딘은 세계 투자자들이 향후 최대 6개월 동안 일본 주식보다 중국과 인도 주식을 선호할 것으로 봤다. 일본 증시의 경우 일본 정부 주도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글로벌 자금이 흘러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일본은행(BOJ)의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시한다. 일본은행은 이달 기준금리인 단기금리를 0~0.1%로 동결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감축하기로 했다. 다만, 감액 규모 등 세부 사항은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은행이 내달 국채 매입 감액 규모를 발표하는 만큼,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