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하마스와 전쟁을 서서히 마무리 하면서 다음 타겟으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미국 등은 더욱 확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여전히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를 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현지 채널 14방송 프로그램 '더 패트리엇'과의 인터뷰를 통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치를 필요가 없길 바란다"면서도 "우리는 이 도전 역시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는 다면전을 치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처음으로 자국 매체 인터뷰에 응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헤즈볼라와 북부 국경에서 교전이 잦아진 상황에서 피란길에 오른 주민 6만명을 안전하게 복귀시킬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무엇보다 방어 목적으로 이 이 일을 할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006년 34일간 전투를 치른 뒤 미국 주도로 회담을 개최해 합의를 맺었다. 당시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병력 일부를 철수하고 긴장을 완화하기로 했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 가능성에 미군은 경계의 뜻을 타냈다. 찰스 브라운 미군 합참의장은 23일 아프리카 국방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보츠와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양측의 충돌이 이 지역 분쟁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작전은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와 '치열한 국면'은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하마스를 격퇴하고 인질 120여 명을 전원 석방할 때까지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마스의 모든 통치와 군사적 역량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향후 가자지구 통치 방안도 일부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가자지구 내 온건 세력의 집권을 강조했다. 그는 전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인을 정착시키자는 극우파의 제안도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자지구 내 휴전 협상은 '인질 석방'을 전제로 가능한 것으로 언급됐다. 그는 "인질 일부를 우리에게 돌려주는 부분적 합의는 할 의향이 있지만, 우리는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휴전 후에도 작전을 계속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내 비판 목소리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전후 가자지구 계획 부재를 이유로 전시내각에서 이탈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를 두고 "누구도 전쟁 중에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서두르지는 않는다"며 "현 정부가 무너지면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인정하는 좌파 정부가 들어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에도 텔아비브 등 의회 앞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도 불편한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시위대에 "정신 차려라. 지금은 단결의 시간이다"라며 "그들의 목적은 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다수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크네세트(의회) 앞에서는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몰려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반정부 시위단체인 호프시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15만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돼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이들은 네타냐후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았다며 극우 인사들이 가자지구 전쟁을 연장시키고, 인질의 무사 귀환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