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명한 어록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는 격언을 살짝 비튼 것이다. 예능 특성상 개그 형식으로 가볍게 말한 것이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진짜 늦었다고 생각할 때 당장 시작하라'는 뜻을 내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 것이다.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을 보면 이 어록이 문득 생각난다. 2010년대 들어 '디스플레이 굴기' 정책하에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패널 기업들은 무한 '치킨게임'을 강행하면서 삼성과 LG라는 거물들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위협이 예상되면서 산업계는 중국처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의 대처는 없었다.
정부의 지원 전략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디스플레이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면서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기존보다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미 LCD 산업을 중국에 완전히 뺏기면서 패권을 넘겨준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도 마지막 남은 LCD TV 생산라인인 중국 광저우 공장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OLED 시장도 중국이 정부 지원하에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BOE는 지난해 11월 8.6세대 OLED에 630억 위안(약 1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이 중 BOE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3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비전옥스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정부와 550억 위안 규모의 8.6세대 OLED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디스플레이 시장을 높고 '기울어진 경기장'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정부의 지원 방식과 규모 자체가 다른데 우리는 사실상 별다른 지원 없이 기업이 몸통으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빠른 추격 속에서도 OLED 시장은 아직 한국이 우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74.2%, 중국은 25.1%를 기록했다. OLED도 LCD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세액공제 지원, 공공기관 구매 확대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나마 있던 국가첨단전략산업 세액공제도 올해로 끝난다. 이를 연장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회를 조속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디스플레이 산업 부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