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헝거게임'과 '매시' 등으로 유명한 캐나다 출신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가 20일(현지시간) 8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서덜랜드의 소속사 CAA는 그가 오랜 지병을 앓다가 이날 마이애미에서 숨을 거뒀다.
키퍼는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배우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역할이든, 나쁜 역할이든, 추한 역할이든 절대 겁먹지 않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했다"고 적었다.
1935년 캐나다 세인트존에서 태어난 도널드 서덜랜드는 토론토대 공대에 진학했다가 영문과로 전과한 뒤 학교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1956년 졸업 후 영국 런던 음악·드라마예술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했고, 웨스트엔드 연극 작품과 영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는 영화 '더티 더즌'(1967)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했으며, 주연을 맡은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영화 '매시'(1970)가 흥행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매시'(M.A.S.H)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야전병원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반전 메시지에 공감한 그는 매시 개봉 이듬해 배우 제인 폰다 등과 '자유연극협회'(Free Theater Associates)를 설립,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내용의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에 그는 페데리코 펠리니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클로드 샤브롤 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이어 1980년에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감독 데뷔작 '보통 사람들'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이 영화가 작품상 등 4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헝거게임'(2012∼2015) 시리즈다. 이 시리즈에서 그는 악당인 '코리올라누스 스노우 대통령' 역을 맡아 열연했다.
미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 따르면 서덜랜드의 출연작은 총 199편에 달한다. 그가 생전 촬영한 마지막 1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영화에서 연기로 호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연기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아카데미는 2017년 그에게 명예 오스카상을 수여했다.
에미상에서는 1995년 TV영화 '시티즌 X'로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골든글로브에서는 남우조연상을 2차례 수상했다.
그의 아들 키퍼 서덜랜드는 드라마 '24'와 '지정생존자' 등으로 인기를 끈 유명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