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제주 조천읍 함덕리의 그린수소 충전소를 찾았다. 거대한 주황색 튜브 트레일러 옆에 위치한 수소 압축기 2대가 굉음을 내며 수소를 압축하고 있었다. 제주는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운송·활용 전(全) 주기 생태계를 구축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 그린수소 생태계 조성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린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대응, 탄소 중립을 강조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수소를 생산해 활용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제주 구좌읍 행원리의 그린수소 실증단지에서 알칼리(ALK) 수전해 설비와 팸(PEM) 수전해 설비로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총 사업비 222억원이 투입된 행원 생산시설에서는 하루 최대1.2t의 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다.
생산된 그린수소를 버퍼탱크에서 고압한 후 대당 최대 200㎏(200bar)을 담을 수 있는 튜브 트레일러를 이용해 수소 충전소로 운송한다. 충전소에 도착한 수소는 2차례 압축 과정을 거쳐 차량 충전에 사용된다.
수소를 재충전하는 리커버리 시간 등을 고려하면 수소버스(25㎏ 기준)를 완충하는 데 30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한 차례 충전으로 약 500㎞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전기버스는 충전 시간만 40분~1시간이 소요되며 주행거리도 250㎞ 내외다.
전기차보다 충전 속도가 빠르고 주행거리가 길다 보니 버스 운전자들도 수소버스를 더 선호한다. 그린수소 충전소 투어를 담당한 현정헌 한국가스기술공사 안전관리책임자는 "수소버스의 경우 전기버스와 달리 한번 충전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다"며 "수소 버스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는 현재 수소 차량으로 관용차 10대, 버스 9대, 청소차 1대를 운영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수소버스 300대, 청소차 200대로 확대하고 수소를 이용한 수소트램도 도입해 교통난 해소에 활용할 방침이다.
실제 그린수소 충전소 설치를 위해 도민들을 설득하고 최종 완공하는 데까지 14~1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 과장은 "통상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수용성이 높다"며 "해외 전문가들이 놀라워하는 이유"라고 자평했다.
제주는 2035년까지 아시아 최초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날 오영훈 제주지사는 '2024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그린수소 발전을 통해) 현재 19.1%대인 제주 내 재생에너지 비율이 2035년 7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